정원에서의 침묵

<3장_식물의 목소리를 듣는 법>

by 지구별 여행자

<3장. 식물의 목소리를 듣는 법>



정원에서의 침묵



핀드혼의 정원에는

침묵이 먼저 피어난다.

삽이나 호미, 물뿌리개보다 앞서

마음의 고요가 뿌려져야

비로소 식물들이 말을 걸기 시작한다.


나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무엇을 심고, 얼마나 자랄지를 묻고 싶었다.

하지만 정원은 그런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곳은

침묵으로 나를 이끌었다.

말을 줄이고,

움직임을 천천히 하고,

바람과 빛의 흐름을 가만히 관찰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어느 순간,

정원 전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어디에 물이 필요한지,

어디가 숨 쉬고 있는지,

어떤 식물이 오늘은 손길을 원하고

어떤 식물은 그저 조용히 머물고 싶은지를

내가 알게 되었다.


그건 식물들이

소리를 내기 시작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내가

들을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정원의 침묵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건 말로 가득한 공간보다

더 촘촘한 메시지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그 침묵 속에서

식물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침묵이 깊어질수록

식물은 점점 더

우리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