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_식물의 목소리를 듣는 법>
<3장. 식물의 목소리를 듣는 법>
어느 날 오후,
나는 라벤더 앞에 멈춰 섰다.
그날따라 라벤더는
유난히 짙은 향기를 풍기며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그 앞에 쪼그려 앉아
나는 손을 뻗었다가
문득, 멈췄다.
무언가가 나에게
“오늘은 손대지 말아줘.”
라고 말한 것 같았다.
실제로 목소리를 들은 건 아니다.
그러나 내 손끝에는
분명히 “지금은 머무는 시간”이라는
감각이 전해졌다.
핀드혼에서 사람들은
식물을 돌보기 전에
먼저 그 식물의 기운을 느끼는 일을 배운다.
누구도 “나는 정원사다”라고 자처하지 않는다.
대신 모두가
“나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고 말한다.
라벤더 앞에서 나는
‘가꾸는 자’가 아닌
조용히 곁에 있는 자로 배웠다.
그 식물에게 오늘 필요한 것이
손길이 아니라
존중이라는 감정임을 알게 된 순간,
나는 비로소 식물과 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식물에게 물을 주기 전,
손을 대기 전,
항상 먼저 마음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그 존재에게 묻는다.
“오늘 나는 여기에 있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