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앞에서 멈추는 기술

<3장_식물의 목소리를 듣는 법>

by 지구별 여행자

<3장. 식물의 목소리를 듣는 법>



꽃 앞에서

멈추는 기술



우리는 보통

꽃을 보며 “예쁘다”고 말한다.

그러나 핀드혼에서는

그 말을 하기 전에

먼저 멈추는 법을 배운다.


길을 걷다 피어난 꽃 앞에

멈춰 선다는 건,

단지 시선을 주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인정하는 행위다.


핀드혼의 사람들은 말한다.

“꽃이 피었다는 건,

그 식물이 자기 삶의 빛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는 뜻이다.”


그 말을 듣고 나서부터

나는 꽃 앞에 서면

습관처럼 한 발 물러섰다.


그건 예의였다.

내가 그 아름다움을 소유하거나

해석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의 찬란함 앞에 머무는

기술이자 태도였다.


꽃은 말이 없지만

그 향기와 색과 자세로

자신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그 메시지를 듣기 위해서는

바로 그 앞에서 멈출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이 필요하다.


그 이후로

나는 꽃 앞에서 멈추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그 멈춤 속에서

내 안의 꽃이 피어나는 것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