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이전의 기도

<6장_침묵과 축복의 시간>

by 지구별 여행자

<6장. 침묵과 축복의 시간>



언어

이전의 기도



저녁이 내려앉을 무렵이면

핀드혼은 더 조용해진다.

일도 멈추고,

도구들도 제자리에 돌아가고,

사람들은 하나둘

자기 자리의 고요로 스며든다.


그 시간의 침묵은

단지 말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그건 하루를 기도처럼 되돌아보는 순간이다.


누군가는 정원에 앉아

해가 저무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누군가는 부엌 구석에서

남은 식재료를 다정히 정리한다.

그 모든 행위는

말이 없는 기도,

언어 이전의 축복이다.


기도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정성껏 살아낸 사람의 마음이

조용히 되돌아오는 호흡이다.


나는 말하지 않는다.

다만 앉는다.

그리고 오늘 흙에 닿았던 손,

물을 주던 시간,

누군가의 눈빛과 마주했던 장면을

마음 안으로 불러들인다.


그렇게 천천히

내 안에 하루의 고요한 감사가 내려앉는다.


그건 누구에게 드리는 기도가 아니라,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보내는 응답이다.

그리고 그 응답은

침묵으로 드릴 때

가장 진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