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의 명상

<6장_침묵과 축복의 시간>

by 지구별 여행자

<6장. 침묵과 축복의 시간>



차 한 잔의

명상



하루의 끝에서

나는 찻주전자를 올린다.

뜨거운 물이 끓는 소리,

찻잎이 물속에서 천천히 풀리는 장면.

모든 것이

너무 완벽해서,

아무런 말이 필요 없다.


핀드혼에서는

차를 마시는 시간조차 명상이다.


잔을 고르고,

물을 붓고,

김이 오르는 잔을 두 손에 감쌀 때,

나는 오늘 하루를

두 손에 담는 기분이 든다.


함께 찻잔을 들고 앉아 있는 사람들과도

굳이 말을 나누지 않는다.

대신

같은 온기를 손에 쥐고 있다는 감각만으로

우리는 연결된다.


한 모금,

또 한 모금.

차를 마실수록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오늘 있었던 무수한 장면들이

물 위에 떠오르는 찻잎처럼

하나둘 정리된다.


차 한 잔이 가진 힘은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게 하는 데 있다.


그 멈춤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어떤 하루를 살아냈는지,

그리고 지금 여기에

왜 있는지를 다시 느낄 수 있다.


나는 오늘

차를 마시는 법으로

하루를 정리했다.

말 없이,

하지만 완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