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로 수확한 하루

<6장_침묵과 축복의 시간>

by 지구별 여행자

<6장. 침묵과 축복의 시간>



고요로

수확한 하루



모든 일이 끝난 뒤,

나는 빈 정원 한가운데 서 있었다.

사람들은 돌아가고,

도구들은 멈춰 있고,

흙은 오늘의 수분을 조용히 품고 있었다.


내 손에는

당근 몇 뿌리와

적막이 담긴 바구니 하나.

나는 오늘 하루를

고요로 수확하고 있었다.


핀드혼에서는

하루의 결실을

결과가 아닌

태도에서 찾는다.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마음은

고요할 때 비로소 나타난다.


나는 오늘 누군가와 눈을 맞췄고,

꽃 한 송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며,

흙의 감촉에 감사할 줄 알았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삶은 언제나

결산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그저 조용히 돌아보는 것으로

하루는 충분히

완성될 수 있다.


고요로 수확한 하루는

말보다 많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깊고 부드러운 결실로 남는다.


나는 오늘,

조용히 하루를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고마웠어요,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