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말
<저자의 말>
추운 겨울이었다.
땅은 하얗게 얼어 있었고,
얇은 살얼음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발끝을 감쌌다.
나는 그 위에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다시 섰다.
첫 방문 이후 18년 만에 다시 찾은 핀드혼.
방문이후 핀드혼은 언제나 마음 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시간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지나왔는가.
삶의 우회로와 침묵, 바쁜 흐름과 단절들,
그러나 어느 하나 잃어버린 건 없었다.
그 모두가 나를 이곳으로 다시 이끌어 주었다.
마치 고요가, 나를 다시 불러냈다는 듯.
살얼음이 부서지는 그 작고 낮은 소리를 들으며
나는 마음 안쪽이 잔잔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이곳의 공기에는 말보다 깊은 무엇이 있다.
오랜 침묵 끝에 다가온 목소리 없는 환대.
그것이 핀드혼이었다.
나는 핀드혼에 ‘다시 듣기 위해’ 왔다.
그리고 들었다.
흙이 속삭이는 숨소리,
함께 걷는 사람들의 말 없는 연대,
꽃과 씨앗과 바람, 그리고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전하는
고요한 조언들.
나는 어느 날 흙을 어루만지며 이렇게 속삭였다.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지만,
당신의 침묵에 닿고 싶습니다.”
그 말이, 이 졸고의 시작이었다.
≪함께 걷는 고요≫는
삶과 자연과 나 자신 사이의
깊은 침묵과 연결을 다시 짚어가는
느린 걸음의 기록이다.
이 졸고를 읽는 당신이
한 페이지를 넘기며
스스로의 ‘고요’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고요는 혼자가 아니다.
고요는 관계다.
그리고 고요는,
늘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오늘도 그 길을
조용히, 함께 걷는다.
“고요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고요는 함께 짓는 삶의 방식이다.”
지구별 여행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