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 지식과 북극 생태를 잇는 현장
40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스웨덴 북부의 우메오대학교(Umeå University)
가장 역동적이고 진보적인 연구 중심 대학
스웨덴 북부의 중심 도시 우메오(Umeå)에 자리한 우메오대학교(Umeå University)는 1965년에 설립된 이래, 북유럽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진보적인 연구 중심 국립대학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해 왔다. 현재 약 3만 6천 명의 학생과 4천 2백여 명의 교직원이 함께하는 이 대학은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스웨덴 북부 지역의 학문적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캠퍼스는 현대적인 연구시설과 교육환경을 두루 갖추고 있으며,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의학·예술 등 폭넓은 학문 분야를 포괄한다.
우메오대학교는 특히 북극권 연구와 지역사회 연계 프로젝트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지리적으로 북극권과 가까운 이점과, 스웨덴 북부의 다양한 생태·문화 환경을 배경으로, 북극 및 아북극 지역의 사회·생태·기후 변화를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다학제 연구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 대학은 북극대학(University of the Arctic, UArctic)의 정식 회원으로서, 전 세계 북극권 대학과 연구기관 네트워크에 속해 있으며, 공동 연구, 인적 교류, 학술대회,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한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우메오대학교는 북극 환경과 기후 변화, 그리고 이에 직면한 토착 공동체의 적응과 회복력에 관한 국제 공동연구를 이끌어 왔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빠르게 변모하는 북극 생태계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미(Sámi) 원주민 공동체의 문화·경제·사회적 변화를 심층적으로 연구한다. 이는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을 넘어, 과학적 발견과 지역사회의 실질적 필요를 연결하는 실천적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또한 우메오대학교는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학문과 현장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참여형 과학(Participatory Science) 모델을 실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과 연구자가 실제 지역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하며, 기후 적응, 지속가능한 자원 관리, 토착 지식 보전 등의 구체적 과제를 함께 다룬다. 이처럼 우메오대학교는 북극대학(UArctic) 네트워크의 일원으로서, 국제적 연구 역량과 지역 밀착형 실천 경험을 결합하여 북극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메오대학교의 연구 모델은 노르웨이의 북극대학교(UiT)와 많은 공통점을 가진다. 두 대학 모두 인류학, 생태학, 토착 지식을 통합하는 현장 중심 학제간 연구를 수행하며, 기후변화 대응에서 지역 공동체를 핵심 지식 생산 파트너로 삼는다. 특히 Várdduo와 CIRC는 과학, 지역사회, 토착 지식이 만나는 플랫폼 역할을 하며, 기후 정의와 생태 회복력을 결합하는 실천적 학문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Várdduo – 사미연구센터: 토착 지식과 기후변화를 잇는 현장 기반 연구
스웨덴 북부 우메오대학교에 소속된 Várdduo – 사미연구센터(Centre for Sámi Research)는 북유럽과 러시아 콜라 반도 전역에 거주하는 사미(Sámi) 원주민의 삶과 문화를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거점 기관이다. 이 센터는 인류학, 사회학, 법학, 문화연구, 생태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학제간 연구를 통해, 토착 생태지식(Traditional Ecological Knowledge, TEK)을 현대적 기후 대응 전략과 연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Várdduo의 연구진은 사미 공동체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순록 목축, 전통 사냥과 채집, 생물다양성 보전, 토착 언어와 문화 전승 등 사미 사회의 핵심 생활방식을 기록하고 분석해 왔다.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가 이러한 전통적 관습과 공동체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으로 관찰하고, 현장에서 수집한 자료와 구술 기록을 종합해 그 변화를 입체적으로 해석한다.
연구 결과, 기후변화는 사미 사회의 경제적 기반과 문화적 실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순록 목축의 경우, 겨울철 온난화와 강설 패턴 변화로 ‘비→얼음’ 현상(rain-on-snow)이 잦아지면서 지면에 얼음층이 형성되고, 이는 순록이 먹이로 삼는 지의류(lichen)에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그 결과 순록의 영양 상태가 악화되고 폐사율이 증가해, 가계 생계와 전통 지식 전승 모두가 위협받고 있다.
전통 사냥과 채집 활동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계절 주기의 변동으로 어획 시기와 수렵 대상 종의 개체수가 변했고, 강과 호수의 결빙 시기가 늦어지고 해빙이 빨라져 겨울철 얼음낚시와 육상 포유류 사냥 시즌이 단축되었다. 이는 식량 자원 감소뿐 아니라, 공동체 내부의 사회적 결속과 문화적 연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생물다양성 보전 측면에서, 사미 공동체는 오랫동안 전통적 토지 관리 방식으로 방목지와 사냥·채집 구역의 생태 균형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더불어 광산 개발, 산림 벌목, 풍력발전소 건설 등 토지 이용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서식지가 단절되거나 사라지고 있다. Várdduo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토착 지식을 현대 보전정책에 통합하고, 토착민 주도의 관리 모델을 도입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토착 언어와 문화 전승 역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생활 방식이 변화하면서 사미 언어권에서 사용되던 생태·환경 관련 어휘의 사용 빈도가 줄어들고, 순록 목축이나 사냥·채집과 관련된 고유 용어들이 세대 간 전승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언어 상실을 넘어 문화 정체성과 공동체 결속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기후변화는 사미 사회의 생계, 문화, 언어, 생태 관리 체계에 걸쳐 다중적인 위기를 촉발하고 있으며, 한 영역의 변화가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는 복합적 영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분석은 사미 공동체를 기후변화 대응과 기후정의 논의의 핵심 주체로 인정하고, 그들의 토착 지식을 정책과 관리체계에 적극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장기적 회복력 확보의 핵심임을 시사한다.
기후영향연구센터(CIRC)와 Stordalen 지역의 장기 생태 모니터링
스웨덴 우메오대학교 생태환경학부에 소속된 기후영향연구센터(Climate Impacts Research Centre, CIRC)는 북스웨덴 아비스코(Abisko)에 위치한 과학 기지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알파인·북극 생태계의 기후변화 영향을 장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연구센터는 빙권과 영구동토층, 산악 식생, 담수 생태계 등 고위도 지역의 주요 환경 요소를 대상으로 변화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후변화가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복합적인 영향을 밝혀내고 있다.
CIRC의 대표적인 연구 현장은 아비스코 인근의 Stordalen 지역이다. 이곳은 북반구 영구동토층대(permafrost zone)에 위치한 습지·호수 복합 생태계로,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변화를 실시간에 가깝게 포착할 수 있는 연구 거점이다.
Stordalen에서는 먼저 영구동토층 붕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토양이 해빙되면서 지반이 불안정해지고, 열카르스트(thermokarst) 지형이 형성되어 서식지 구조와 수문학적 흐름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지형 변화는 단순한 물리적 변화를 넘어, 토양에 저장되어 있던 막대한 유기탄소가 방출되는 경로를 열어주었다.
실제로, 해빙된 토양 속 유기물질은 미생물 분해를 거쳐 이산화탄소(CO₂)와 메탄(CH₄) 형태로 대기 중에 배출된다. CIRC는 이 지역에서 탄소 플럭스(carbon flux)를 계절별·연간 단위로 측정해, 북극권 온실가스 배출의 실측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전 지구 기후모델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Stordalen 습지와 인근 담수호에서는 수생 생물군집의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수온 상승과 수질 변화로 인해 플랑크톤, 수생 곤충, 어류 종 구성에 변화가 나타났으며, 빙하 해빙으로 유입되는 영양염류 농도의 변동은 먹이망 구조 전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식물 종의 생태 변화(phenology)를 100년 이상 추적한 장기 데이터셋이다. Stordalen에서는 20세기 초부터 특정 식물 종의 개화 시기, 잎 발아 시점, 성장 기간, 종 구성 변화를 꾸준히 기록해 왔다. 이 데이터는 전통적인 현장 관찰 기록과 현대 자동 관측 장비 데이터를 결합한 것으로, 북극 및 아북극 식생이 기온 상승과 계절 주기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자료다.
종합하면, CIRC의 Stordalen 연구는 지역 생태계의 변화상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후변화의 초기 경고 신호(early warning signals)를 포착하는 글로벌 관측 네트워크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한다. 영구동토층 붕괴, 온실가스 방출, 수생 생태계 변화, 식생 주기의 장기적 변화를 통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지구 기후 시스템이 어떻게 반응하고 변동하는지를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미 순록 목축 공동체의 기후 인식과 회복력의 한계
스웨덴 우메오대학교는 북스웨덴 전역의 사미(Sámi) 공동체와 협력하여, 기후 변화가 사회·생태 시스템에 미치는 복합적 영향을 탐구하는 장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단순한 기후 데이터 분석에 그치지 않고, 현지 주민들의 생활 경험과 토착 생태지식을 반영함으로써, 기후 변화가 공동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사회적·문화적 차원에서 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Maria Furberg 등이 수행한 「Facing the Limit of Resilience」 연구이다. 이 연구는 북스웨덴 지역에서 순록 목축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미 공동체를 대상으로, 기후 변화와 기상 패턴 변화가 공동체의 회복력과 생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현장 인터뷰, 장기 기상 관측 자료, 사회·경제 지표를 종합해, 사미 목축민들이 기후 변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는지를 면밀히 조사했다.
분석 결과, 1970년대 이후 북스웨덴의 기후는 세 가지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 첫째, 겨울 온난화가 두드러졌다. 과거 한겨울 내내 지속되던 영하권 기온은 점차 상승했고, 영상 기온이 겨울철에도 잦게 나타나면서 전통적으로 길고 안정적이던 한랭 기간이 단축되었다. 이는 순록의 방목 시기와 이동 경로 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둘째, 강설 기간이 단축되었다. 눈이 내리는 시기가 늦어지고 해빙이 빨라져 적설 유지 기간이 짧아졌으며, 그 결과 순록이 눈 속 먹이원인 지의류(lichen)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더 많이 소모되었다. 셋째, 온도 변동성이 증가했다. 겨울철에 갑작스러운 기온 상승과 하강이 반복되면서 ‘비-얼음 형성(rain-on-snow)’ 현상이 잦아졌고, 이는 지면에 두꺼운 얼음층을 만들어 순록의 먹이 접근을 차단했다.
이러한 변화는 사미 공동체의 생계 기반과 문화적 정체성 모두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순록의 폐사율이 높아지고 목축 수익이 줄어들면서 일부 가구는 전통 목축을 포기하거나 규모를 축소해야 했다. 순록 목축은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 사미인의 문화, 언어, 의례와 긴밀히 연결된 생활 방식이기에, 목축 환경의 변화는 곧 문화 전승의 단절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더불어, 기후 변화로 인한 불확실성과 소득 불안정은 구성원들의 심리적 부담과 공동체 내부 갈등 가능성을 높였다.
이 연구는 사미 순록 목축 공동체가 직면한 기후 변화의 위기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생태·경제·문화·사회가 얽힌 복합적 위기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또한 점진적인 적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며, 토착 지식을 기반으로 한 기후 적응 전략과 정책적 지원이 동시에 마련되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와같이 우메오대학교는 사미 지식체계와 북극 생태 연구를 결합하여, 참여형 과학과 지속가능한 전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선도적 연구 거점이다. 현장 기반 조사와 토착 공동체 협력, 장기 생태 모니터링을 통해 축적된 지식은 스웨덴뿐 아니라 전 세계 북극권의 기후 적응 전략에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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