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응에 맞선 대학과 공동체

39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by 지구별 여행자

39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기후 대응에 맞선

대학과 공동체

핀란드 라플란드 대학교(University of Lapland) 산하의 아틱 센터(Arctic Centre)와 사미 공동체



대학과 공동체가 기후에 맞서다

아틱 센터가 사미 공동체를 기후위기 연구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이유는, 그들이 기후 변화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고, 장기적 관찰 지식과 문화적 연속성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미의 생계 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생태·문화·정치가 얽힌 복합 위기이므로, 이를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과정은 북극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설계하는 데 필수적이다.


사미(Sámi) 공동체는 북유럽의 사프미(Sápmi)라 불리는 광범위한 지역에 거주하는 원주민 집단으로, 이 지역은 오늘날의 노르웨이 북부, 스웨덴 북부, 핀란드 북부, 러시아 콜라반도에 걸쳐 있다. 사미인은 약 8만∼10만 명으로 추산되며, 그 중 상당수가 여전히 고유의 언어와 문화, 생계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순록 방목, 어업, 사냥, 채집 등이 주요 생계 기반이었다. 이 중 순록 목축(reindeer herding)은 사미 문화의 상징이자 경제·사회 구조의 핵심이다. 사미인의 정체성은 자연 환경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계절 주기, 동물 이동, 날씨 변화 등에 대한 전통 지식을 세대 간 전승해왔다. 이는 단순한 생계 기술을 넘어 공동체의 가치와 세계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사미인은 각국에서 원주민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사미의회(Sámediggi)를 통해 자치와 문화·언어 보존 활동을 추진한다. 1989년에는 노르웨이 사미의회가 설립되었고, 그 뒤를 이어 1993년에는 스웨덴 사미의회가 설립되었고 1996년에는 핀란드 사미의회가 설립되었다. 국제적으로는 ILO 협약 169(원주민 권리 보호 협약)과 UN 원주민 권리 선언(UNDRIP)에 근거하여 문화·언어·토지 권리 보장을 추구하고 있으나 국가별로 권리 보장의 수준과 실제 적용에는 차이가 있다.


북극권 환경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공동체

사미 공동체는 북극과 아북극 지역에서 오랜 세월 살아오며, 날씨 변화와 생태계의 미세한 변동을 세대에 걸쳐 관찰하고 기록해왔다. 이러한 전통 생태지식(TEK)은 과학적 관측 자료가 포착하지 못하는 장기적 환경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아틱 센터는 사미의 경험과 지식을 기후위기 연구의 현장 기반 데이터로 활용해 연구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 아북극 지역(Subarctic)은 북극권 이남의 스칸디나비아와 러시아 북부 고위도 지역을 포함하며, 순록 방목·어업·사냥이 이루어지는 주요 생활·문화권을 의미한다.


기후변화에 직접 노출된 생계 구조

사미인의 주요 생계 수단인 순록 방목, 어업, 사냥은 기후 조건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특히 설질 변화, 얼음 형성 시기 지연, 해양 생태계 변화는 곧바로 생계 위기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 공동체의 사회 구조와 생활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아틱 센터는 이와 같은 사례를 통해 생태·경제·문화가 복합적으로 얽힌 기후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문화적 지속성과 기후 적응의 연결

사미 문화와 정체성은 자연환경과 계절 주기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생계 기반이 약화되면 언어, 전통 행사, 지식 전승 등 문화의 연속성 자체가 위협받는다. 아틱 센터는 이를 ‘기후 슬픔(ecological grief)’ 개념과 연결해, 기후 변화가 가져오는 문화적·정서적 영향을 연구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다.


권리 보장과 정책 참여의 중요성

사미는 핀란드에서 법적으로 인정된 원주민이지만, 토지 이용과 자원 접근권에서는 여전히 제약을 받고 있다. 아틱 센터는 연구를 통해 사미의 목소리가 핀란드 정부의 북극 전략과 같은 정책 과정에 반영되도록 돕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연구 지원을 넘어, 기후 적응과 원주민 권리 보장을 결합한 정책 모델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전통 지식과 과학의 공동창조

아틱 센터가 채택한 기후 서비스 공동창조(co‑creation of climate services) 접근법은 전통 지식과 현대 과학기술을 상호 보완적으로 결합한다. 위성 자료와 기후 모델링 같은 과학적 분석과 사미의 현장 관찰 및 경험을 통합함으로써, 지역 맞춤형 기후 적응 전략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사미는 연구 대상이 아니라 적응 전략의 공동 설계자로 참여한다.


국제 북극 거버넌스와의 연계

사미는 북극이사회의 영구참여자(Permanent Participants)로서 국제 북극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아틱 센터는 사미 공동체 연구를 통해 지역 수준의 기후 적응 사례를 국제 정책 담론과 연결하고, 북극권 지속가능성 논의에 기여하고 있다.


아틱 센터가 사미 공동체를 기후위기 연구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이유는, 그들이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공동체이자, 장기적 관찰 지식과 문화적 연속성을 통해 북극권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필수적인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는 기후 적응을 단순히 기술적 해결책에 그치지 않고, 생태·문화·정치가 결합된 통합적 대응 전략으로 확장시키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참고문헌>


Arctic Centre, University of Lapland. (2023). Annual Report 2023. Rovaniemi: University of Lapland.

URL: https://www.arcticcentre.org


Markkula, I., Turunen, M., & Kantola, S. (2024). Climate change, cultural continuity and ecological grief: Insights from the Sámi Homeland. Ambio.

URL: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13280-024-02012-9


EALÁT Project. (2015). EALÁT – Reindeer Herders’ Voice: Reindeer Herders’ Vulnerability Network Study. Arctic Council.

URL: https://oaarchive.arctic-council.org/items/c510fac9-a62f-4d81-bf3b-329ffa09bcac


The Barents Observer. (2023). Sámi knowledge helps developing climate policies.

URL: https://thebarentsobserver.com/climate-crisis/sami-knowledge-helps-developing-climate-policies/126538


Arctic Council. (2021). Indigenous Peoples and the Arctic Council.

URL: https://arctic-council.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