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의 사회정의와 생태전환

42_지금은 기후열파시대_칠레 가톨릭대학교

by 지구별 여행자

42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라틴아메리카의

사회정의와 생태전환

칠레 가톨릭대학교(Pontificia Universidad Católica de Chile, PUC)



기후변화 대응과 사회·생태적 전환의 거점대학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본부를 둔 칠레 가톨릭대학교(Pontificia Universidad Católica de Chile, PUC)는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사회·생태적 전환 분야에서 두드러진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Center for Local Development와 Patagonia Ecosystem Research Group을 중심으로, 칠레 남부 파타고니아 지역의 생태계 보전과 공동체 기반 지속가능성 모델을 연구한다.


라틴아메리카의 사회정의와 생태전환

칠레 가톨릭대학교(PUC) 연구진은 파타고니아의 기후변화를 단순히 환경 훼손이나 생태계 변화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그들은 산업 개발, 관광 산업 확대, 농업 집약화가 불러오는 변화 속에서 원주민과 농촌 공동체의 토지권, 생계권, 문화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시각은 파타고니아의 기후 문제를 곧 사회정의의 문제로 바라보게 하며, 해결책 또한 환경 보전과 인권 보장을 동시에 포함해야 한다는 인식을 낳는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논의되는 생태전환은 유럽이나 북미에서 흔히 강조하는 ‘녹색 기술 중심의 전환’과 뚜렷하게 구별된다. 이 지역에서의 전환은 단순히 신재생에너지 도입이나 친환경 기술 개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경제의 작동 원리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를 포함한다.


우선, 중앙집중형 산업경제 구조를 분권형이자 공동체 주도형 생산체계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대규모 자본과 외부 투자에 의존하는 산업 모델에서 벗어나, 지역 공동체가 생산과 분배의 주도권을 갖는 경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생산활동이 지역의 필요와 생태적 한계에 맞추어 조정되며, 수익과 자원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사회 내부에서 순환한다.


농업 부문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기존의 화석연료와 외부 투입재(화학비료, 농약 등)에 의존하던 집약형 농업은 기후변화 대응과 생태 보전을 위해 저탄소·전통지식 기반의 농업으로 전환된다. 이는 세대를 거쳐 축적된 원주민과 농촌 공동체의 생태 지식을 복원하고, 다작물 혼식, 토양 재생, 물순환 관리 등 생태적 농법을 현대 기술과 결합해 적용하는 방식이다.


자원 관리 측면에서는, 중앙 정부가 독점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던 체계에서 벗어나, 원주민 공동체와 지방정부가 동등하게 의사결정권을 나누는 공동 관리(Co-governance) 구조가 구축된다. 이 체계는 산림, 하천, 해안, 습지 등 중요한 생태 자원에 대한 정책과 관리 계획을 당사자들이 직접 협의하고 결정하도록 하여, 생태계 보전과 사회정의가 동시에 실현되도록 한다.


결국, 라틴아메리카의 생태전환은 기술 변화에만 의존하지 않고, 경제 구조의 분권화, 농업의 생태화, 자원 관리의 민주화를 아우르는 다층적 전환을 지향하며, 이는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가능성과 사회정의를 함께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길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적 해법을 넘어선다. 이는 권력 구조와 경제 체계, 문화적 가치관까지 함께 변화시키는 사회·생태적 전환이며, 기후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하나의 과정으로 통합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자율성과 문화적 연속성을 잇는 PUC

칠레 가톨릭대학교(PUC)는 사회-생태 시스템 복원력을 단순히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서의 회복 능력에 한정하지 않는다. 대신, 이 개념을 훨씬 넓게 확장하여 공동체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율성, 외부 의존이 아닌 지역의 자원에 대한 주권, 그리고 세대에 걸쳐 이어져 온 문화적 연속성까지 포함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복원력은 단순히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힘’이 아니라, 변화와 위기 속에서도 고유한 삶의 방식과 가치를 지키면서 미래를 능동적으로 설계하는 역량으로 정의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PUC는 현장 연구와 정책 실행을 긴밀하게 연결한다. 연구 성과는 학술지에 머무르지 않고, 곧바로 지역 개발 계획과 거버넌스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파타고니아 지역의 원주민 공동체가 직면한 토지 이용 문제나 자원 관리 갈등에 대한 연구 결과는 지방정부와의 협의, 공동 관리 제도 설계, 지역 규범 강화와 같은 실질적인 실행으로 연결된다. 이를 통해 복원력은 추상적인 학문 용어가 아니라, 공동체가 기후 변화와 사회·경제적 압력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구체적 토대가 된다.


공동체와 함께 만드는 지속가능한 실험

칠레 가톨릭대학교(PUC)가 파타고니아에서 수행한 현장 연구와 실험은 단순한 학술적 조사에 머물지 않고, 지역 공동체의 삶과 직결되는 실천적 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토지 거버넌스 분야에서는 원주민 공동체와 지방정부가 협력하여 산림, 습지, 연안과 같은 주요 생태 자원의 보전과 이용 규칙을 함께 결정하는 관리위원회를 운영한다. 이 위원회에서는 마푸체(Mapuche) 등 원주민이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온 생태 지식과 최신 과학 데이터를 결합해 토지 이용 계획을 수립하며, 그 과정에서 지역의 문화적 가치와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모두 반영한다.


농식품 체계 재구성에서는 기후변화와 산업화로 사라져가던 전통 작물 재배 방식을 복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 푸드 마켓과 협동조합을 설립한다. 청년 농부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가능한 재배 기술과 지역 자원 활용 방법을 전수함으로써,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외부 의존도를 줄인다.


관광 수익의 지역사회 환원 역시 중요한 실험 분야이다. 생태관광으로 발생한 수익의 일정 비율을 공동체 기금으로 적립하여, 지역 인프라 확충, 문화 행사 개최, 환경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활용한다. 이를 통해 관광 산업이 단순히 외부 투자자나 대기업의 수익 창출 수단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장기적 번영과 문화 보전에 기여하는 구조를 만든다.


마지막으로 교육 혁신에서는 지역 학교와 성인 교육 과정에 기후 변화, 생태 보전, 문화유산 관련 교육을 통합한 커리큘럼을 도입한다. 특히 전통 언어와 문화를 보존·전승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청소년과 성인 모두가 자신들의 문화적 뿌리를 이해하고 미래 세대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공동체의 정체성과 회복력을 강화하는 핵심 수단으로 작동한다.


결국 PUC의 파타고니아 프로젝트는 토지, 식량, 관광, 교육을 아우르는 다층적인 실험을 통해, 지역 공동체가 스스로의 미래를 설계하고 기후위기 속에서도 지속가능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기후열파 시대의 라틴아메리카형 전환 모델

2023∼24년 칠레 가톨릭대학교(PUC)가 발표한 파타고니아 연구 보고서들은 대부분 영어와 스페인어로 작성되어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되었다. 이러한 개방성은 단지 학문적 투명성을 넘어, 지역사회, 지방정부, 국제 기구, NGO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연구 성과를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 보고서들은 파타고니아 생태계 복원, 공동체 기반 지속가능성 모델, 사회정의 중심의 기후 적응 전략을 실제 현장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공동 관리(Co-governance)를 통한 토지 거버넌스, 전통 작물 복원을 통한 식량 자급 체계 강화, 관광 수익의 지역사회 환원, 기후·생태·문화유산 교육 통합과 같은 실천 모델이 상세히 기록된다.


특히 이 연구들은 불평등 구조 완화와 공동체 자율성 보장을 핵심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지역에서 불평등은 단순한 소득 격차를 넘어 토지 소유, 자원 접근권, 정치적 의사결정권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PUC의 연구는 이러한 구조적 불평등을 단순히 ‘보조금 지급’이나 ‘외부 지원’으로 완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동체 스스로가 자원을 관리하고, 생산과 분배의 권한을 보유하며, 장기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 이를 통해 외부 의존적 개발 모델에서 벗어나, 내생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 경로를 모색하게 된다.


기후열파 시대에 이러한 접근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과 생태 위기는 사회 내부의 취약 계층과 지역 간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기온 상승, 가뭄, 생태계 파괴, 해양 자원 감소 등은 자원이 부족한 공동체에 더 큰 타격을 주며, 종종 중앙집중형 개발 정책은 이러한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킨다. PUC의 모델은 기후위기 속에서도 공동체가 스스로 회복력을 설계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를 제공한다. 이는 기후열파와 같은 극한 기후 사건이 반복되는 시대에, 단순한 피해 복구를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생태적 전환을 실현하는 필수 조건이 된다.


결과적으로 PUC의 파타고니아 연구와 그 성과물은 라틴아메리카 사회·생태 패러다임의 대표적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사회정의와 생태전환을 결합한 이 모델은 지역의 문화·경제·환경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며, 불평등 완화와 공동체 자율성 강화라는 목표를 기후위기 대응 전략 속에 내재화한다. 이는 기후열파 시대에 지역사회가 단순히 생존을 넘어 자신들의 미래를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는 전환의 방향을 보여준다.



<참고문헌>


University of Otago – Centre for Sustainability. (2024). Mātauranga Māori and Sustainable Agriculture: Pathways for Ngāi Tahu Farming Futures. Dunedin: University of Otago.


University of Otago – Centre for Sustainability. (2024). Resilient Communities in a Changing Climate. Dunedin: University of Otago.


University of Otago – Ngāi Tahu Research Centre. (2023). Co-governance of Coastal and Freshwater Resources. Dunedin: University of Otago.


University of Otago – Ngāi Tahu Research Centre. (2023). Food Sovereignty and Community Wellbeing. Dunedin: University of Otago.


Pontificia Universidad Católica de Chile – Programa Austral Patagonia. (2023). Conservation in Chilean Patagonia. Santiago: Pontificia Universidad Católica de Chile.


Martínez-Harms, M. J., et al. (2023). A Systematic Evidence Map of Conservation Knowledge in Chilean Patagonia. Conservation Science and Practice. Hobart: Society for Conservation Bi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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