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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을 준비하는 일, 사랑을 전하는 일

by 지미니

삶은 언젠가 끝이 있다.

그리고 그 끝을 우리는 작별이라 부른다.


나는 이 일을 하며,

많은 분들의 마지막 시간을 곁에서 지켜봤다.

예고 없이 다가오는 이별도 있었고,

서서히 가까워지는 이별도 있었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그 작별은 언제나 고요하고,

생각보다 아름답고,

무엇보다 인간적인 순간이었다는 것.



가족이 도착하기 전,

나는 어르신의 손을 잡고 있었다.

말은 없었지만, 눈빛은 많은 것을 전하고 있었다.

작은 숨소리, 천천히 꺼지는 시선,

나는 그 곁에서

**“지금 이분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마지막 식사, 마지막 목욕, 마지막 머리 빗기.

그 모든 작은 행동 속에는

**“당신은 끝까지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분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담는다.



이별은 슬픔이지만,

그 이별을 함께 준비하는 일은 사랑이다.


가족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돌아간 뒤,

나는 조용히 침구를 정리하고, 창문을 연다.

햇살이 들어오고, 바람이 흐르고,

방 안의 공기가 달라진다.


그 순간,

나는 매번 마음속으로 작게 인사한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주세요.”



삶의 끝을 준비하는 일이지만,

그 안에서 나는 오히려

삶의 가치와 사랑의 모양을 배워간다.



이별의 자리에서 나는,
사랑을 어떻게 전하는지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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