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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방 안에서 배우는 삶의 속도

by 지미니

세상이 너무 빨리 돌아가는 날들 속에서

나는 이곳, aged care의 방 안에서

느림이라는 선물을 배웠다.


아침부터 바쁘게 돌아가는 출근길,

휴대폰 화면을 넘기며 재촉하듯 살아가던 나에게

이 일은 처음엔 너무 낯설었다.


움직임이 느리고, 말이 느리고, 반응이 느린 하루.

시간이 멈춘 듯한 이 공간 속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어르신.

식사 한 숟가락을 삼키는 데도 몇 분이 걸리는 시간.

침대에서 휠체어로, 휠체어에서 다시 침대로.

그 모든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하지만 그 느림 속에는

배려가 있고, 기다림이 있고, 존중이 있다.


그분들의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얼마나 무심히 흘려보내던 시간을

다시 배우게 된다.



처음엔 답답하고 낯설었던 이 느림이

이제는 내 호흡을 맞춰주는 삶의 리듬이 되었다.


천천히 옷을 갈아입히며 나누는 눈빛,

천천히 물을 마시게 도와드리며 전해지는 따뜻함,

천천히 걷는 발걸음을 따라가는 그 순간이

가장 인간적인 순간이기도 하다.


나는 이 고요한 공간 안에서

사람을 돌보는 일이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어르신 한 분이 내 손을 잡고 말했다.

“고마워요. 당신은 늘 내 속도에 맞춰줘서.”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있다.


세상이 뭐든 빠르게 돌아가기를 원할 때,

나는 오늘도 한 사람의 속도에 맞춰 걷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그 느림 속에서야 비로소

사람의 온기와 눈빛, 진심이 더 잘 보인다는 걸 안다.



고요한 방 안에서,

나는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따뜻한 속도를 배웠다.



나의 한 줄


느림은 불편함이 아니라,
사람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속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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