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관리하는 문장들

by 행동부자

1998년의 발병에서 2025년 오늘까지, 병은 내 삶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자리와 용도가 바뀌었다. 아래의 문장들은 내가 몸으로 익힌 기술이다. 과장이나 미화가 없다. 다만 해보니 효과가 있었다.



1. 루틴이 약을 돕는다. 기상·취침 시간을 고정한다. 주말에도 오차를 한 시간으로 묶는다. 아침 햇볕 10분은 생각각보다 강력하다. 알람보다 커튼을 먼저 연다.


2. 속도를 낮추는 언어. “지금의 감정은 파도”라고 이름 붙인다. 파도에는 절정과 쇠퇴가 있다. ‘영원히’라는 단어를 의식적으로 빼면 공포는 줄어든다.


3. 관계의 안전망. 도움을 요청할 명단을 만들고, 상황별로 연락 스크립트를 준비한다. “지금 10분 통화 가능해?” 같은 짧은 문장이 실제로 연결을 만든다.


4. 절제의 규칙. (1998년~현재 2025년) 완전 금주, 그리고 평생 비흡연자로서의 생활. 카페인·당 섭취를 주간 단위로 조절하고 몸의 변화를 메모한다. 가족과의 기도 루틴은 일상의 박자를 맞추는 메트로놈이 된다.


5. 치료의 동맹. 약물·상담·기록을 동시에 붙잡는다. 기록은 진료의 질을 바꾸고, 상담은 기록의 빈칸을 설명해 준다. 약은 바닥을 더 낮게 만들지 않도록 지탱해 준다.


관리란 내게 주어진 조건을 잘 다루는 일이다. 특별한 의지보다 꾸준함이 더 멀리 간다는 사실을 매년, 매 계절 새로 배운다. 넘어지지 않을 방법보다, 넘어졌을 때 빨리 일어나는 방법을 먼저 연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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