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걷기

by 장성자


"엄마, 걷기 자신 있지?"


"그러엄!"


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어느 한 도시의 도로와 골목에 내 발자국을 찍으며 걷는 여행.


그곳에 내 발자국을 남기는 것도 좋고, 내 발에서부터 여행지의 분위기와 느낌이 몸과 정신으로 흡수되는 것 같아서 걷는 여행이 좋다.


밤에 보았던 루미나리에 전구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경적이 울리지 않는 차의 행렬과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관광객과 시민들이 거리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명품샵과 구제샵, 전자제품, 카메라 상점, 카페, 바 등 거리가 시끌벅적했다. 서울이란 곳에 살다 갔는데도 가게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게 좋았다. 그 사람들 사이에 내가 있는 것도 좋았다. 난 이상하게 한적한 곳에서 자연을 감상하는 그런 여행은 별로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조용한 시골(시댁)로 갈 수 있기 때문일까?


12월 초이지만, 바르셀로나 날씨는 따뜻했다. 18도 정도로 걷기에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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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니다가 밥을 먹기로 했다. 딸이 안내했다.


딸은 바르셀로나가 두 번째라고 했다. 친구들과 여행 와서 재미있게 놀았다고. 그래서 길도 잘 찾고 음식점도 잘 아나보다 했다. 물론 그 이유도 있었지만, 나중에 알게 됐다. 구글맵이란 존재를. 지도와 음식점과 평점까지 알려준다는 것을.


바르셀로나가 블록으로 길이 잘 되어 있어 찾기가 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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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GLOP 라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오늘의 메뉴>는 오후 1시부터라고 해서 단품으로 시켰다.


지중해식 샐러드와 목살스테이크, 문어요리와 와인.


주스나 와인, 맥주, 물 등을 같이 시켜 먹는 스페인식에 따라 우리도 와인을 시켰다. 현지의 음식을 먹는 것은 여행의 제일 중요한 요소니까. 이날부터 낮술이 시작된 셈이다.


물론 물을 시킬 수도 있지만 맨날 먹는 물을 저런 요리와 그것도 비싸게 먹을 순 없지 않은가. 물을 시킬 때마다 베란다에 쌓아놓은 2리터 생수 더미가 생각났다.


샐러드는 물론 맛있었다. 목살스테이크도 냄새가 나지 않고 숯불향이 나서 좋았다. 그런데 문어 요리, 유튭에서 보면 유튜버들이 꼭 먹는 문어 요리. 다른 무언가가 있나 싶어 주문했다.


평소에 쫄깃한 문어에 초장을 찍어 먹는 걸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어는 푹 삶아진 거였고 소스는 맵지도 달지도 않았다.


"엄마 1월에 속초 가는데, 거기서 문어 삶아 먹기로 했거든."


"부럽다~"


이 대화로 우리는 문어 요리에 대한 평점을 주고받았다.


역시나 우리는, 아니 엄마인 나는 모든 요리를 싹싹 맛있게 먹었다.


딸이 핸드폰 페이로 결제했다. 내가 이미 보내놓은 돈을 유로로 바꾸어 갖고 있었다.


스페인어로 대화하며 주문하고, 핸드폰으로 띠릭띠릭 계산하는 딸을 보니 우리 딸 스페인어 공부도 많이 하고, 생활도 잘하고 있구나 싶어 쫌 감동했다. 감동이 다음 날 무너지리라곤 생각도 못하고.

식당을 나와 또 걸었다. 카탈루냐 광장으로 갔다. 광장 옆 잔디밭? 에 비둘기가 떼 지어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비둘기에게 관대했다. 마스크는 벗어버린 지 오래다. 단 버스, 지하철, 기차 등에서는 마스크를 꼭 써야 했다.


걷다 보니 사람이 한가득이다. 시장 앞이었다. 난 또 시장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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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보케리아 시장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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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몽은 꼭 먹아봐야지. 짭짤한 하몽과 치즈.


시장 구경은 역시 재밌다.


다양한 젤리와 비슷한 과자류가 많아서 놀랐다.


과일은 쌌지만 대부분 작았다. 이 날은 좀 늦어서였는지 모르지만, 마지막 날 다시 왔을 때 보니


싱싱한 생선과 새우 등도 많았다.


29년 차 주부로 식재료만 보면 요리해서 가족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자연히 들지만,


2주 동안 내가 직접 하는 요리는 없다.


지금은 여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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