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일기

둘째 날, 쫄린다

by 장성자

6시 반에 눈이 떠졌다.

블라인드를 걷어 바다를 확인했다. 바다는 그대로 있었다. 꿈도 기억 안 날 만큼 잘 자서 기분이 좋았다.

약을 챙겨 먹고 방을 서성거렸다. 평상시 같으면 다시 잘 텐데 이 귀중한 시간들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다.

뭐라도 해야 된다.

노트북을 열었다. 지저분한 바탕 화면을 정리했다. 이것저것 늘어놓은 파일들을 삭제하거나 폴더에 넣고, 폴더는 양 쪽 끝에 배치시켰다. 그리고 내가 이 연휴에 써야 할 원고 파일을 가운데에 딱 놓았다. 양 옆으로 밀려난 폴더들이 가운데에 있는 폴더를 곁눈질한다. 어디 두고 보자, 하듯. 두고 보자고 하지 말고 응원을 해야지!


투고하고 싶은 콘셉트의 책을 온라인 서점에서 미리 보기로 읽었다. 갑자기 일정도 잡히고, 갑자기 투고하고 싶은 곳이 생겨서 책을 사 오지 못했다. 저렇게 술술 읽히는 책이 술술 쓰이지 않았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책으로 펴낸 작가가 부러웠다. 바탕화면 가운데에 있는 폴더를 열었다. 쓰다 말다 한 원고가 좀 있다. 자신이 없어서, 일이 바빠서 등등의 이유로 폴더 속에 가두어 놓고 보지도 않았다. 꺼내보기가 두렵기도 했다.

재밌게, 술술, 세련되게 쓰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


슬슬 배가 고파온다. 차가 없으니 버스를 타고 걷기도 할 생각으로 숙소를 나섰다. 오늘은 이 동네 장날이다. 장 구경도 하고, 밥도 먹을 생각이었다. 오일장이라고 하지만 규모가 작다. 어린 시절 추억 속의 장날이 아닌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그곳에 가보고 싶었다. 지금이야 마트에 온라인에, 장이 열리는 것만도 다행이라 할 정도 아닌가. 넓은 장터를 뛰어다니던 기억을 꼬불치며 밥집을 찾아 나섰다.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 걷고 걷다 보니, 한 30여분 걸은 것 같다. 아침도 된다는 밥집이 있어 들어갔더니 한 사람은 받지 않는단다. 아이코. 또 걸었다. 관광지이면서 한 달 살이도 많은 제주에 혼자인 손님을 받지 않는다니. 문 열고 들어선 몸의 민망함을 걸으면서 풀었다. 언젠가 친구와 먹었던 옥돔지리 집을 찾아서 옥돔지리 한 그릇을 싹싹 비웠다. 아침점심저녁인 이 밥을 놓치면 큰일 날 것 같아, 배가 부른대도 꾹꾹 다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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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절대 돌아다니지 않겠다 다짐하고 햇반이랑 김치를 사갖고 왔다.


오늘의 작업은 어떡하지.

노트북을 열고는 방을 서성거리고 물을 먹다가 또 원고를 보다가 또 서성거리다가 한다.

투고하고 싶은 책의 목차도 베껴 써 보고, 내 글 목차도 살핀다.

벌써 이틀이 지나가는데... 쫄린다.

열흘은 너무 짧은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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