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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동현 Jun 18. 2023

스스로의 존재를 위해

모두 존중받는 몫과 존재를 위해

자연과 인간의 불가분 관계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분이며 삶의 터전을 두고 생존한다는 점에 있다. 이전 작업은 수직적 사회질서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스스로 존재하며 끝없이 스스로 생성과 변화하는 자연의 속성은 경제적 관계를 매개로 중심과 주변부로 규정하는 불변의 사회질서에 대항하는 가르침이다.


이번 작품은 자연과 사람의 관계성을 <자연·인>에 두었다. 인(人, 認(인식하다), 印(찍다), 咽(삼키다,) 忍(칼질하다), 忍(참다))의 여러 가지 뜻에 착안하였다. 그 다양한 뜻을 자연을 닮은 인간의 삶에 대한 것, 경제적 관계가 강요한 생존 동작(삼키는 것), 권력관계의 도구, 자연 실재를 찍는 표현법 등으로 나타냈다.


 창작 과정은 목적지 없이 걷는 움직임을 통해 출발한다. 이 표류 과정은 스스로의 의지로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다. 또 자연과의 소통이며 버려지고 떨어진 자연소재들의 발견 과정이며 창작 아이디어의 발생으로 연결되는 상호작용이다. 이 우연의 움직임은 동시에 다른 우연을 기대하는 과정에 있다.


우연의 움직임은 국제상황주의자 기 드보르(1931-1984)의 ‘표류’와 ‘심리지도’에서 영감을 받았다. 드보르의 표류는 도시의 미리 규정된 계획에 따른 일상 패턴에 맞선 ‘정처 없는 걷기’이다. 이 무계획의 경험은 제도와 일상에 대해 개인성을 회복하고 개인의 심리적 자유를 얻기 위한 저항의 수단이다. 이 표류의 태도가 심리지도이다. 스스로 변화하는 자연처럼 스스로의 변신에 과정에 자율적으로 나서는 것. 이를 위해 아무 생각 없는 움직임은 좋은 출발점이 된다. 그 우연의 연쇄 속에서 생각, 소재를 찾고 표현을 바꾼다.


“예술은 삶에 대한 비평”이라고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은 말한다. 나는 사소한 것, 버려진 것, 무관심, 바닥, 비관적인 것들에 대해 사회가 규정한 위치와 평가, 접근법으로 응축된 공고함을 흔들려한다.

나는 멋지고 재미있고 유쾌하고 신비롭고 흥미롭고 다의적이고 간접적이며 복합적일 것을 요구하는 현실의 코드체계에서 자발적 표류를 감행한다. 알쏭달쏭 한 관념과 개념의 장벽 뒤에서 나를 보호하기보다 나와 작품의 등장인물과 자연과 실재적 소통 과정을 계획한다.

사회가 규정한 중심 기준에 따라 버려진 것, 잘려 나간 것에 대한 나의 동경은 버려진 나무껍질, 나뭇가지를 콜라 그래피로 작품화하여 가치 위계를 바꾸려 시도한다. 한편 결과를 독식한 주인공과 그분들에 의해 익명으로, 주변인으로, 배경으로, 과정으로 떠밀렸던 과정의 사람과 삶의 등장에 나의 노동을 교환한다. 2~3개의 드로잉 작품을 1개의 작품으로 결합한 후 조명기구로 1개인 작품에서 과정들을 밝혔다.


나의 작업은 우연과 동시에 계획적이다. 모든 것이 쉽게 소비되는 시대에 상실되는 인간성의 회복을 꾀하는 창의적 활동은 인간의 동등한 권리이다. 이 권리를 공유하기 위한 나의 노동 교환도 다양한 형태로 계획된다. 나의 존재와 시간이 누구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잊지 않고 작업을 통해 갚는 것이 작가의 존재 이유임을 깨닫는다. 더 우직하고 더 투박하고 더 거칠게 긁고,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려서 체념의 굳은살 속에 감춰진 삶의 상처를 자연처럼 표현하기 위한 나의 우연과 계획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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