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이번 작업은 ‘껍데기’라 불리며 버려진 것들과 마주하는 것이다. 껍데기는 흔히 본질을 잃은 껍질, 쓸모를 다한 잔여로 여겨진다.
껍질은 단순한 외피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품고, 상처를 기록하며, 생명의 속살을 보호하는 삶의 현장이다.
작품 **〈껍데기의 권리〉**는 나무껍질의 바깥과 안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 작품에 사용된 껍질은 시간과 기후변화와 우연이 만든 산물이다.
작품으로 등장했던 원목에 기후변화가 만든 폭염과 반지하 높이 전시장이 결합해 만든 지독한 곰팡이가 생겼다. 몇 번의 약품살포에도 곰팡이의 번식을 막을 수 없었다. 회생포기로 다시 야외에 방치되던 그 나무는 허물 벗듯 자신의 흔적들을 불리했다. 그 결과 나에게 껍질에 대해 주목하도록 했다.
- 바깥은 사회가 ‘껍데기’라 규정해 버린 흔적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광하는 존재의 외피다. 조명을 받아 스스로 빛을 내는 껍질은, 버려졌음에도 여전히 존엄을 주장한다.
- 안쪽은 아스팔트와 나무의 탁본, 목탄 드로잉이 겹쳐진 공간이다. 이 안쪽은 빛으로 채워져 노숙자의 쉼터가 된다. 도시에 버려진 이들이 잠시 몸을 뉘일 수 있는 은신처, 그것이 껍데기 안에서 가능해진다.
나는 껍데기를 단순한 잔여가 아니라, 권리를 가진 주체로 바라보고자 한다. 관객이 안쪽을 들여다보는 순간, 껍질은 더 이상 외피가 아니라 ‘존엄의 공간’이 된다. 버려진 것의 빛,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들의 쉼, 그리고 껍질이 지닌 권리. 이 모든 것을 작품 안에 공존시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