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면의 감정흔적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린다.
길 위에서, 건물 뒤편에서, 빛이 닿지 않는 자리에서 몸을 굽히고 일하는 사람들.
그들의 하루는 늘 바닥 가까이에 있고, 나는 그 바닥의 잔열과 그림자를 보고자 한다.
이 작품은 캔버스의 앞면과 뒷면을 동시에 사용하는 실험에서 출발했다.
앞면에는 목탄과 수성흑연으로 노동자의 형상을 그렸고,
뒷면에는 먹물을 흩뿌려 거리의 먼지와 노동의 흔적을 남겼다.
조명을 뒤에서 비추면, 뒷면의 먹 자국이 전면으로 스며들며
노동자의 몸 위로 또 다른 시간과 감정이 겹쳐진다.
그 빛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 시선’이며,
노동의 흔적을 드러내는 동시에 쉽게 사라지게 하는 세상의 눈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빛이 꺼지면 흔적은 다시 보이지 않는다.
이 불완전한 보임과 사라짐이, 내가 말하고 싶은 노동의 현실이다.
나는 그림을 통해 ‘표면 아래의 삶’을 드러내려 한다.
그림의 앞면이 노동자의 현재라면,
뒷면의 먹 얼룩은 그들이 밟고 지나온 길,
혹은 보이지 않는 바닥의 시간이다.
이 두 층이 빛을 통해 겹쳐질 때,
나는 잠시나마 ‘노동의 내부’를 본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