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흔적

모든 존재 이면의 흔적들

by 임동현


임동현 자유흔적 종이에 먹물과 목탄, led 조명. 2025

모든 것들의 현재는 지나간 흔적들의 축적이다.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모든 것은 흔적의 발현임에도, 정작 흔적은 자신의 존재를 보지 않는다.

나의 작업은 이 수많은 흔적들의 존재를 현재 속에 투영하여, 이미 지나간 것들의 흔적을 비추는 일이다.


작은 자유는 거대한 승리가 아니라,

과거의 굴종을 떨쳐내려는 모든 몸부림과 상처, 그리고 눈물이 빚어낸 결과다.

그 자유는 고요하지 않으며, 수많은 흔적의 고통 위에 서 있다.


이 작품은 한 장의 종이 앞면과 뒷면을 함께 사용하는 실험에서 출발했다.

앞면에는 먹물과 목탄으로 얼굴을 그리고, 손의 움직임과 표면의 흔적을 그대로 남겼다.

뒷면에는 판화로 직선 무늬를 찍어 넣었다.

그 직선들은 한 인간의 절규를 짓밟은 교활함의 흔적이며,

빛이 켜질 때 그 무늬는 얼굴 위로 겹쳐져 인간이 처한 자유의 조건—빛과 그림자, 현재와 과거의 공존—을 드러낸다.


〈자유흔적〉은 해방의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흔적 속에서 스스로를 인식해 나가는 과정,

겹침과 투과, 어둠과 밝음 사이에서

자유가 걸어가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