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가꾸며 산다

해오름에 대하여 1

by 꼼지 나숙자

혼자서 이른 아침의 해오름을 지켜보다가 호들갑을 떨었다.

오~~ 나의 태양!

하늘에서 마술쇼를 한다.

동쪽만이 아니라 서쪽까지 태양의 마법에 걸려 요동을 치고 있다.

빛이 가장 먼저 좌지우지하는 것은 구름, 심지어 묵직한 먹구름조차 빛의 마술에 걸려 신비의 옷을 입는다.

하늘이 훨씬 가벼워졌다.


그날의 태양이 떠오르기 위해 하늘은 아름답게 치장하느라 몸살을 하고, 잠에서 이제 막 깨어난 새들은 황금빛을 쫓아 찬미하면서 동쪽으로 파닥파닥 날갯짓을 하고 있다.

온 대지는 조용히 침묵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 태양빛으로 몸을 데워 살아가는 것들이 태반이라 일출의 진통과 함께 땅속도 장난 아니게 소란스러울 것이다.


하물며 그날의 해맞이로 기쁨을 얻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인간이야 어쩌겠는가?

두 손 번쩍 치켜든 만세동작과 까치발로 새들보다 더 호들갑스럽게 환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빛의 마술과 자연의 오묘함에 그저 겸손한 자세로 속으로 찬미하는 인간도 있다.

어쨌거나 해오름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해오름을 찬미하지 않을 자는 세상에는 없을 것이다.


어느 하루도 해오름의 모습은 같은 적이 없다.

몇 개의 크고 작은 구름이 일출을 방해하고 있는 날이었다.

태양의 태동이 느껴지자 먼 쪽의 구름이 먼저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가느다란 섬광 띠를 두르더니 먹구름 몇 개도 따라서 화색이 돈다.

동쪽하늘뿐만 아니라 서쪽하늘의 구름도 건너뛰는 법이 없다.

하늘빛이 점점 밝아지는가 싶을 때, 야트막한 산 위로 햇살이 감지되면서부터 마음은 더 감질나지만 태양의 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핸드폰으로 1분짜리 영상을 찍다가 정지버튼을 누르기를 십여 차례, 그러고도 마지막엔 1분을 넘어선 영상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느린 걸음이어도 좋다. 그날의 태양과 교감할 수만 있다면 어떤 기다림도 감내할만하니까.


황금빛으로 온 세상을 밝히면서 금새 시선을 따돌리는 태양, 황홀한 빛이다. 내 온 몸을 맡겨본다. 깊은 숨으로 햇빛을 들이마신다. 폐부가 열리면서 속속들이 햇살 맛을 본다. 나쁜 것들은 쏟아내고 대신 그 자리에 햇빛에너지를 앉힌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다. 앞으로 내 삶에서 몇 번이나 더 일출을 기다리게 될 지 모를 일이지만, 내 삶의 재료 중 1순위는 햇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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