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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생활 이모저모

등을 펴고 마음을 펴며

by 꼼지 나숙자

오늘 블로그가 알려줬다.

10년 전, 오늘의 내 글이라고.


"앞으로 10년을 두고 변화를 기다리는 것이 내겐 둘 있다.

하나. 어깨와 등을 펴서 자세를 반듯하게 한다.

둘. 이마에 구겨진 인상을 편다."


등이 굽고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했던 나는, 여고 시절 무섭기로 소문난 무용 선생님께 등짝을 철썩 맞곤 했다.

그땐 선생님이 야속할 뿐, 내 자세가 잘못됐다는 자각은 별로 없었다.


그 자세가 보기에도 좋지 않고 건강에도 나쁘다는 걸 절실히 느낀 건, 결혼 후 남편이 자주 지적하면서부터다.

이제는 남이 아닌, 바로 내가 내 굽은 자세가 정말 싫다.

여고 시절 선생님의 조언을 흘려버렸던 그 습관이 10년 노력으로 고쳐질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반듯한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지금도 간절하다.


이마에 세로로 잡힌 인상 주름 역시 오래된 습관의 소산이다.

언젠가 딸이 “엄마, 인상 쓰지 마세요.”라고 했을 때, 처음엔 그저 웃고 넘겼지만 거울 앞에 서서 내 얼굴을 들여다보니, 아무 말도 못 하겠더라.

화가 나지도 않았고, 다만 걱정하거나 피곤함을 드러낸 순간에도 이미 깊게 패인 주름이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비록 10년을 애쓴다 해도 이 주름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늘 웃는 얼굴, 부드러운 인상을 갖고 싶었다.


그 글을 다시 읽는 순간, 그때의 간절함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그래, 등을 펴기로 했고, 인상을 쓰지 않기로 했지.”


그 후 나는 스스로 약속했던 것처럼 매일 요가를 했다.

특히 등을 펴는 데 효과적인 박쥐자세를 완성하려고 눈물이 날 만큼 애썼고, 걸을 때마다 의식적으로 허리를 곧추세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50대 말에서 60대 말이 된 지금, 내 등과 허리는 여고 시절보다 더 반듯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인상 주름만큼은 나아지지 않았다.

거울 속 점점 더 선명해지는 주름을 보며 한숨 쉬는 내게 남편은 흔하디 흔한 보톡스라도 한 번 맞아보라고 권하지만, 워낙에 깊어 그걸로 해결될 것 같지도 않고, 내 타고난 몸에 인위적인 처방을 하는 건 왠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손사래를 치고 만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다림질이라도 해서 이 주름을 싹 펴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나는 안다.

주름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그 주름을 대하는 나의 마음이라는 것을.

내가 나를 얼마나 애쓰며 돌봐왔는지, 그 긴 시간을 견디며 더 단단해졌는지를 생각하면 지금 이 모습 그대로도 제법 괜찮다.


10년 전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 정말 잘했어. 여전히 애쓰고 있고, 그 모습 참 예뻐."


지금 돌아보니, 그저 한 걸음씩 성실히 걷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

크게 다짐했던 것들도 결국은 조용한 실천에서 비롯되었다.


어깨를 펴고, 등을 세우고, 부드러운 인상을 지으려는 그 마음. 10년을 품고 살아낸 그 마음이, 내게 많은 걸 가르쳐주었다.


시간이 걸려도, 변화를 향한 마음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결국은 어떤 모습으로든 도달하게 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의지만 있다면, 누구라도 자기만의 10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시작은 늘, 작은 결심 하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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