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의 바느질

봄을 기다리며 마약바지를 만들다

by 꼼지 나숙자

날은 춥고 바깥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이럴 땐 따뜻한 황토방이 최고다.

어젯밤 아궁이에 불을 지폈는지 방바닥이 뜨끈뜨끈하다.

등을 바닥에 대고 허리를 지진다.


남편이 헬스장에 간 덕분에 나는 자유를 얻었다.

한참 동안 등을 지진 뒤, 이무석 교수의 『30년 만의 휴식』을 배 깔고 누워 읽었다.

쉽지 않은 자세라 오래 읽을 수는 없다.

어지간히 찜질했다 싶을 때쯤, 바느질이 떠올랐다.


얼마 전 사둔 고밀도 면 원단이 15마나 된다.

이걸 다 소진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집에서 입기 아주 편한 실내복, 일명 ‘마약바지’를 다섯 벌이나 재단했다.

몸판 앞뒤, 양옆 호주머니감 네 장, 허리감 한 장, 패치 한 장을 한 세트로 해서….


마약바지 하나를 완성하는 데, 일말의 실수도 없을 경우 세 시간이 걸리고, 작은 실수라도 끼어들면 네 시간이 휘리릭 지나간다.

가성비만 따지면 지극히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스며든 정성과 애정을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재단부터 바느질까지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이는 사람은 그 선물을 받고 가슴이 따뜻해질 얼굴을 그리면서 그만큼의 온기를 먼저 느끼게 된다.


바느질은 시간으로 사랑을 사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다가오는 봄,

마약바지를 입고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잘 때

그리운 사람 하나쯤 떠올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매거진의 이전글시골생활 이모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