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생활 이모저모

이만하면 괜찮은 하루

by 꼼지 나숙자

정호승 시인은 「수선화에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유독 또렷하게 와닿는 날이었다.

사람에게 실망한 날.

그런 날,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었다.


간밤에 눈이 내린 모양이다.

깁스를 내팽개치고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정원의 눈길을 걸었다.

차면서도 달짝지근한 공기,

아주 맑고 겸손한 태양빛이 나를 향해 내려앉았다.

나는 그 빛을 향해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온몸이 햇빛 세례로 가득 찼다.


아크릴 물감을 꺼냈다.

핀터레스트에 저장해 두었던 그림을 따라 그려본다.

붓을 옮길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서 의심이 고개를 든다.

‘혹시 망치지는 않을까.’

이럴 때, 행복의 문턱이 낮은 사람은 유리하다.

어지간하면 스스로를 달랠 줄 안다.

나는 나에게 말한다.

“이만하면 괜찮아.”


며칠 전 만들어둔 인형에게도 옷을 입혔다.

손바느질과 미싱을 번갈아 가며 완성한 작은 옷.

그 순간에도 나는 또 한 번 나를 다독였다.

“이만하면 괜찮아.”

몸은 다소 고단했을지 몰라도, 그날 나는 외로움만큼은 충분히 따돌릴 수 있었다.


이제는 외로움과 함께 하루를 보내는 법을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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