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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아미 May 10. 2020

삶을 책으로 엮는다는 것

박성혜 '재미없는 이탈리아 여행기'

아미가의 다섯 번째 책은 저의 베스트프렌드이자 이웃사촌,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동료이기도 한 박성혜 작가의 책입니다. 여행을 다녀온 후 꾸준히 글쓰기 모임 등에서 여행기를 정리해온 것을 쭉 지켜봐왔기에 더더욱 기쁩니다. 

박성혜 작가는 그동안 외곬수처럼 하와이만을 사랑해왔는데요. 이 '재미없는' 여행 덕분에  유럽으로 작가의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남편과의 여행 이야기를 정리한 이번 '재미없는 이탈리아 여행기'를 시작으로 올해말이나 내년에는 두사람출판사에서 베네치아 도시 가이드북도 출간 예정이랍니다. 

이번 책은 부부, 혹은 연인끼리 긴 여행을 꿈꾸시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마냥 행복하고 로맨틱할 것 같지만(게다가 이탈리아니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 우리 모두 알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자와의 여행은 서로에 대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는 좋은 기회가 된답니다.

마냥 좋게만 포장된 여행기가 아닌, 솔직하게 재미없다고 말하는 특이한 여행기! 작가는 자꾸만 별로다, 귀찮아졌다, 지겹다...라고 얘기하지만 글과 사진을 통해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이 여행이 부러워지는 건 왜일까요? 

아, 이 화창한 날씨에 흐린 유럽 겨울을 상상해보는 재미도 색다를 것 같네요:)









부부가 함께 여행한다는 축복




박성혜 작가는 자타가 공인하는 하와이 전문 여행 작가다. 10번이 넘는 하와이 여행을 바탕으로 시중에 나온 가이드북 중 가장 정확하고 상세하다는 <오! 마이 하와이>를 펴냈고, 하와이 사랑을 흠뻑 담은 에세이집 <알로하 파라다이스>까지 썼다. 5년 넘게 하와이의 매력에 흠뻑 빠져 다른 여행지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박성혜 작가가 갑자기 이탈리아 여행을, 무려 한 달 동안, 그것도 겨울에 다녀오겠다고 했을 때 조금 의아하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울의 이탈리아와 일 년 내내 화창한 여름인 하와이는 너무나도 상반되는 여행지가 아니던가. 알고 보니, 이 이탈리아 여행은 남편의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고, 순전히 이를 위한 부부의 동행이었던 것이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탈리아는 작가 본인에게 아무런 매력도 재미도 느낄 수 없는 곳이었다. 오로지 남편의 취향에만 맞춘 여행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쩌면 부부의 취향을 두루뭉술하게 한 범주 안에 넣곤 했는지 모른다. 내가 좋으면 그도 좋을 거라고, 그가 사랑하는 것을 나도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일상에서는 역할과 의무에 가려져, 취향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하지만 여행에서는 어디 그런가. 행복과 즐거움, 재미가 최우선이어야 할 여행에서 부부의 각기 다른 취향은 각을 세우기 마련이다. 

안 맞는 여행을 하자니 멀쩡하던 몸도 아프다. 저조해진 기분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남편은 지레 기가 죽어 “다음부턴 네가 좋아하는 여행지만 가자”며 달래지만 그렇다고 그를 탓할 수도 없다. 여행은 계속되고, 그 모든 순간을 오롯이 둘이서 함께하며 부부는 그렇게 잘 안다고 생각했던 서로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유럽의 추위 속에 불편함과 불만으로 가득했던 여행기의 온도는 시칠리아에서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로 올라가는 동안 아이러니하게도 점점 따스해진다. 공방 할아버지의 붉은 조끼에서, 마주 앉은 이탈리아 꼬마의 커다란 눈망울에서, 식어버린 커피를 얼른 치우고 다시 내어준 센스 있는 바리스타의 커피 한 잔에서……. 작가는 이탈리아의 매력을 조금씩 발견하게 되고, 부부의 여정은 다시 하나가 된다. 

세상에 재미있고 찬란한 여행기는 많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진짜’ 여행은 그렇지 않다는 걸. 이렇다 할 사건도, 갈등도, 재미도 없는 현실 부부의 진짜 여행기가 묘한 울림과 감동을 주는 이유는 어떠한 거짓이나 과장 없이 우리 모습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여전히 다른 취향을 존중하며 두 손 잡고 여행할 부부의 아름다운 미래가 떠오르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 홍아미 여행 작가 <지금, 우리, 남미>, <그래서 너에게로 갔어> 저자









이번 책은 워낙 제가 잘 알고 있는 작가 친구인데다 원고와 사진도 잘 정돈되어 있었기에 이북 제작하고 서점에 입고시키기까지 5일 밖에 안 걸렸어요. 점점 이북 제작 스킬도 늘고, 익숙해져서이긴 하지만 현재까지는 최단 시간 기록이네요!(뿌듯) 

전에도 느꼈던 것이긴 하지만 저는 제가 좋아하는 친구의 책을 만들 때 가장 기쁜 것 같아요. 친구가 쓴 글을 통해 그 친구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는 느낌이고, 이걸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줄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특히 박성혜 작가의 경우에는 성실한 삶의 태도라든지, 삶의 이모저모를 차분하게 글로 엮어나가는 자세라든지, 튀진 않지만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면모라든지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친구로서 배우고 싶은 점이 참 많은 사람이거든요. 

박성혜 작가의 책은 현재 리디북스, 교보문고, 예스24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리디북스


교보문고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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