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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아미 Sep 23. 2020

첫 투고를 받았습니다

괜찮은 연애를 위한 꽃 처방전

아미가 출판사 이름으로 서점과 계약하고 책을 내기 시작한 게 올해 4월의 일이니까 본격적으로 출판 일을 하겠다고 선언한 지 6개월이 지났네요.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한 게 뭔가, 싶기도 한데 그동안 낸 책들을 하나하나 꼽아보니 그래도 많은 일을 했다 싶기도 하네요.


코로나 시국과 맞물려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조금은 떠밀리듯 시작한 일이긴 한데요.-아직도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에 있긴 해요- 이제야 조금씩 출판의 재미와 보람이 뭔지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1년은 투자하자고 결심한 일이었고, 당연히 현재도 투자하는 단계이기에 딱히 만족할만한 보상은 없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과연 책을 팔아서 수익을 내는 일이 가능하기는 한가, 하는 회의감과 매일 싸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돈도 안 되는 출판 사업에 많은 이들이 매력을 느끼며 뛰어들고 있지요. 저도 그중 하나고요.


그 매력 중 하나는 바로 멋진 창작자들을 만나는 기쁨인 것 같아요. 얼마 전 첫 투고를 받았습니다. 브런치에서도 오래 연재한 바 있는 낭만윤 작가님의 <괜찮은 연애를 위한 꽃 처방전>입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가정주부지만 하고 싶은 공부,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한 열망을 그대로 간직한 창작자이기도 합니다. 작가가 애정을 가지고 오래 연재해온 작업물을 출간하고 싶다며 아미가 출판사의 문을 두드린 것이지요. 그 두드림이 얼마나 반갑고 기쁘던지, 이게 바로 출판하는 보람이구나 처음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책의 콘셉트와 형식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어 교열 교정 외에는 제가 딱히 손댈 부분이 없었습니다. 원고를 읽으면서 과거 힘든 연애를 하던 시절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우기 일쑤였고, 친구들을 붙잡고 하소연하는 것도 지쳐갔죠. 지금 생각하면,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웃음이 나올 지경이지만, 그때는 정말 죽을 것처럼 괴로웠던 기억이 나요. 인터넷 커뮤니티에 고민 글도 올리고, 익명의 사람들에게서 위로도 받곤 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어요. 절 구원해준 건 다름 아닌 융 선생님이었답니다. 네, 맞아요. 요즘 화제인 MBTI 검사를 있게 한 바로 그 유명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이요. 


문제나 고민이 생기면 늘 책에서 해답을 찾던 습관이 있던 저였기에, 도서관에서 우연히 분석심리학 입문서를 읽게 됐고, 페르소나, 그림자 이론, 아니마와 아니무스 등등 융 심리학을 다룬 다양한 책들을 읽으며 점차 저에 대해, 그리고 관계에 대해 이해해 나갈 수 있었어요. 참 신기한 일이죠? 사실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된 건 하나도 없었는데요. 내가 왜 이렇게 힘든지, 내가 그의 말에 왜 상처를 받았고,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를 알게 되니까 확실히 덜 힘들어졌어요. 그를 완전히 이해하게 된 건 아니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내가 제대로 알 수 있고, 컨트롤할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 뿐이라는 것. 그를 이해하기 위해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닫던 순간, 그 순간의 안도감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네요.


어쩌면 연애는 나 자신을 알아갈 수 있는 가장 극적이고도 효과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남을 사랑하기 위해, 그러니까 제대로 된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이요. 



낭만윤 작가의 <괜찮은 연애를 위한 꽃 처방전>을 읽으면서 제가 공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연애의 다양한 상황을 흥미 위주로만 풀어내지 않고, 연애 이전에 ‘괜찮은 나’가 되는 데 더 초점을 맞춘 책이라 할까요. 영화, 책, TV 예능 등에서 얻은 레퍼런스를 통해 더 쉽고 공감 가는 독서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무엇보다 꽃과 심리학을 접목시킨 연애 에세이라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것 같아요. 글을 읽다 보면 무심코 지나쳤던 꽃들이 저마다의 매력과 의미를 지닌 채 다가오는데, 마치 어여쁜 꽃을 한 아름 선물 받는 기분이 든답니다. 






새파란 하늘, 선선한 바람에 괜스레 마음이 살랑거리는 가을입니다. 집을 나서기 전 마스크를 챙겨 껴야 할 때야 비로소 암울한 시국임을 실감하지만요. 집콕 생활이 길어지고 있지만, 좋은 책을 읽고 만드는 기쁨으로 마음은 늘 설렘이 가득합니다. 아름다운 꽃과 함께라면 더없이 그렇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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