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사의 고민
3월에 첫 책을 출간하고 3개월 즈음 지나 첫 정산을 했다. 엑셀이라곤 드래그해서 번호 입력하는 기술 밖에 모르는 무식자는 작가별, 서점별, 월별 수익을 하나하나 입력해가며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장부 정리를 해야 했다.(숫자 계산하는 것이 글 쓰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최근에야 엑셀로 덧셈하는 법을 배웠다. 다음엔 좀 쉽게 할 수 있기를 ㅠㅠ)
‘장부 정리’라 이름 붙이는 것조차 부끄러운 것이, 산출된 금액이 너무나도 보잘 것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모 작가는 스타벅스 커피를 넉 잔이나 사먹을 수 있는 돈이라며 기꺼워했지만 그래도 뭔가 미안하긴 했다. 책만 만들어놓고, 아무 것도 안했기 때문이다.
내가 마케팅이랍시고 하는 일은 디자인 사이트에서 어설픈 표지를 만들고, 신간 정보를 내 블로그나 브런치에 올리는 게 전부였다. 즉, 나를 아는 사람이나 작가의 지인이라 일부러 책 제목을 검색해서 찾아보지 않는 한은 이 책의 존재를 알 수가 없으니 팔릴 리가 없다.
마케팅을 해야 한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생전 처음 장부정리도 해보고, 디자인도 해보고, 프로그램도 다뤄봤지만, 마케팅은 또 다른 장애물이었다. 마케팅 없이 출간된 책이 어떻게 시장에서 외면당하는지, (안 팔리는) 책 저자로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동안 엄두가 안 났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우리 저자들에게 더 이상 이렇게 비참한 성적표를 보여주고 싶지 않다! 라는 절박감이 1인 출판사 대표를 움직이게 했다.
그러나 출판마케팅이란 과연 어떻게 하는 걸까. 작가로서 책을 몇 권 출간해보긴 했지만, 출판사나 서점 차원에서 ‘마케팅’이 이뤄져 본적이 없었던지라 더욱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건 형태도 없는 전자책이라 리뷰이벤트니, 증정이벤트를 하기에도 뭔가 애매하다. 일단은 ‘노출을 늘리자’는 결론이 나왔다. 이런 책이 있다는 걸 흘깃이라도 봐야 책을 사보든 말든 할 것 아닌가.
1. 북트레일러 만들기
다행히 나에겐 칸바(CANVA)라는 이름의 좋은 친구가 있었다. 프리미엄 회원권이 조금 비싸긴 해도, 디자인의 D자도 모르지만 어떻게든 디자인을 해야만 하는 1인 출판사 대표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친구다. 칸바사이트의 동영상 템플릿을 이용해 북트레일러를 만들었다. 책 글귀와 사진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효과도 넣어가며 만드는데 어라, 꽤 재미있었다. 앉은 자리에서 3,4개를 뚝딱 만들었다.
2. 문장 번역 프로젝트
매달 다른 주제로 함께 에세이를 쓰는 2W매거진을 발행하고 있다.(벌써 5호째다!) 나는 이 웹진의 의미가 문학성에 있다기보다 동시대 한국 여성들의 연대와 공감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매체라는 데 있다고 본다. 실제로, 놀라울 정도로 멋진 글들도 꽤 많다. 이 멋진 문장들을 우리끼리만 즐기고 산화시키기엔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다.(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난 작업이긴 하다) 그래서 문장 하나하나를 발췌해 이미지로 만들고, 영어강사 친구의 도움을 받아 번역까지 해서 인스타에 매일 올리고 있다. 한국여성의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널리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3. 카드 뉴스 만들기
책 속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 넘겨서 보는 형식으로 카드 뉴스를 만들었다. 이 또한 나의 디자인 친구 칸바를 통해 만든 것이다. ㅎㅎㅎ 보통 카드뉴스는 이미지나 일러스트가 많이 들어가지만, 거기까지는 여력이 안되어 텍스트만으로 만들었더니 너무 글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반응이 별로 없다. 그러나 아주 조금이나마 판매고가 늘고 있다는 게 수치로 보인다.
4. 인스타 마케팅
아무리 열심히 홍보글을 쓰고, 북트레일러를 만들어도 결국 널리 퍼져야 만든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세상엔 다양한 매체가 있지만 나는 일단 인스타그램 하나만 시작해보기로 했다. 사실, 기존에 작업실 운영할 때 만들었던 비즈니스 계정을 출판사 계정으로 바꾼 것이다. 170명 남짓한 팔로워가 있었는데, 계정의 정체성이 바뀌자 그나마도 떨어져 나갔다. 사실 SNS에 그리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타입이라 막막하기만 했다. ‘SNS 팔로워 늘리는 법’을 인터넷에 검색해그대로 따라해 보기도 했다. 이대로만 하면 한달 안에 3-400명은 쉽게 는다고 했는데, 역시 나는 잘 안됐다. 매일 업로드하고, 좋아요 눌러주고 나름대로 열심히 했으나 100명가량이 최선이었다. 팔로워가 수만명, 아니 1000명만 넘어도 내 눈엔 대단해보인다. 어떻게들 모으셨는지.
(팔로우 좀 해주세요.....ㅠㅠ)
사실, 현재진행형인 이야기다. 올해 말까지는 무엇이든 열심히 해볼 작정이다. 늘 그랬듯이 일단 하면서 생각을 해야지. 과연 출판마케팅이 뭘까... 그게 뭐든 창업 초기의, ‘나만 보기 아까운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