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으로 무력해진 여행 작가, 제주도를 만나다
제주도에 갈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제주도는 한반도에 신이 주신 선물이야. 불리한 입지, 땅덩이도 좁고, 그럴싸한 자원도 없는 조그만 반도. 노동력을 갈아 넣어 기어코 살아남으려 애쓰는 사람들이 가련한 나머지, 신이 작은 천국을 선물해주신 거야.
물론 100% 여행자의 관점이란 것을 인정한다. 그만큼 내게는 완벽하게 아름다운 여행지로 다가왔다는 소리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환영하듯 손을 흔들어주는 야자수들, 초원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 말들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야트막한 돌담들…….
무엇보다 제주의 바다는 “여기, 한국 맞아?”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눈부셨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에메랄드 빛 바다가 존재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한동안 내 여름 휴가지는 늘 제주도 해변이었고, 바다에서 수영하고, 서핑하고, 다이빙을 하느라 내 피부는 까맣게 탄 채였다. 제주도가 작은 섬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여행을 하면 할수록 더욱 매력에 빠져들었다. 처음엔 물빛이 예쁜 동북쪽 해변으로 자주 갔지만, 눈부신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서쪽 해변, 기암절벽 등 절경 속에서 다양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서귀포 쪽의 해변들, 한적해서 더 운치 있는 하모해변, 종달리 해변 등의 작은 바다들까지…….
코로나 시국이 시작되고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제주도 여행은 나와 같은 여행중독자들에게는 그나마 숨통을 틔워줬다. 비행기로 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여행지이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국적인 장소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동료 작가이자 친구인 박성혜 여행 작가와 제주 여행을 떠났다. 우리 둘 다 한동안 여행은커녕, 여행 작가로서 해왔던 모든 일이 무기한 중단되어 매우 무기력하고 우울한 상태였다. 여름이라 유명한 카페며 맛집이며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코로나 영향으로 절로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제주의 자연은 그런 우리를 품 넓게 받아줬다.
바다 위에 둥둥 떠있을 때나, 인적 드문 숲속 트레킹을 할 때는 잠시나마 마스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고, 답답한 시국을 잊을 수 있었다. 적어도 자연 속에서만큼은 우리는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 행복감을 코로나 시국 속에서야 비로소 깨닫다니.
보슬비가 내리는 아침, 물안개에 휩싸인 제주 한남시험림을 다녀왔다. 시간대 별로 미리 예약을 한 인원만을 입장시켜주는 곳이라 숲에는 우리밖에 없었다. 모처럼 마스크에서 자유로워져 향긋한 숲냄새를 만끽하고 돌아오는 길, 성혜 작가는 숲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다고 했다. 너무 좋은 여행을 하고 나면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 여행 작가의 욕구가 내 가슴속에서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나는 제주도 바다가 너무 좋아. 천국이 있다면 제주 바다 같은 곳일 거야. 우리 각자 숲과 바다에 대해 써볼까.”
이미 제주도에 대한 여행정보는 포화 상태지만 대부분 사진 찍기 좋은 스팟, 유명 맛집과 같은 명소 정보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제주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자연 속에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 드물었다. 명소만 찍고 떠나는 여행이 아닌 코로나 시국에 어울리는 제주 여행을 제안하는 책을 만들어보기로 결의하고, 기획안을 만들었다. 이 얘기는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우리를 잘 아는 출판사 대표님은 기꺼이 책을 내주겠다고 하셨고, 무기력했던 두 여행 작가의 가슴 속엔 다시 열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작년에 구입한 나의 첫 차, 티볼리도 여행길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처음으로 배를 타고 가는 제주 출장을 계획하게 되었다. 여수-제주를 매일 오가는 골드스텔라호 왕복편, 14박에 달하는 숙소 예약까지 30분 만에 일사천리로 완료. 바다를 가로 질러 제주를 만나러 갔다.
*제주여행기, <제주는 숲과 바다>는 홍아미, 박성혜 작가가 교차로 주 1회 연재할 예정입니다. 무더운 여름을 나실 수 있게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글과 사진으로 보내드립니다. 많은 구독과 공감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