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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아미 Mar 01. 2022

마감의 경험이 쌓이면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돼요

에세이스트를 만나다 6 - 주시월




마감의 경험이 쌓이면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돼요

주시월 좋아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해서저자 


Q. 에세이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로 정의를 내려보신다면.   

어릴 적부터 제일 큰 미스터리가 사람이었어요. 왜 저렇게 행동하고, 말할까? 제 자신조차 이해 안 될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제게 에세이는 당시에는 이해되지 않았던 사람을 돌아보며 이해하려는 노력이에요. 그때는 미웠던 타인이나 자신을 놓아주고 자유로워지기 위해서요. 


Q. 주시월 작가의 글에는 담백하고 서정적인 문장과 삶에 대한 솔직한 성찰이 돋보이는 것 같아요. 본인만의 글 쓰는 비결이나 장점이 있다면요?

집요하게 뭔가를 이해하고 싶어 하는 기질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어릴 때 엄마가 전래동화가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를 틀어주곤 하셨어요. 내용이 다 권선징악이었죠. 그런데 세상은 동화와는 다르더라고요. 의문이었어요. 왜 선한 사람들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지 못할까? 동화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 이렇게 온갖 질문을 계속 품고 답을 찾아요. 인간관계에는 도움이 안 되는 성격이에요. 사람들한테 질문을 해대니까. 대부분 불편해 해요. 그래서 평소에는 억누르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어요. 


Q. 2W매거진에 10회 넘게 기고하면서 느낀 점이 있으셨나요?

마감 자체가 원동력이 되었어요. 저는 글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내놓기 주저하는 습관이 있어요. 2W 매거진에 투고를 시작한 계기에도 그 습관을 깨고 싶은 마음이 좀 있었어요. 매달 매거진 주제가 발표되면 마감까지 2주 정도 시간이 주어지잖아요. 길지 않은 분량인데도 마감기한이 너무 짧게 느껴졌어요. 처음 <시간 도둑>을 기고했을 때, 보내기를 클릭하는 게 너무너무 망설여졌죠. 더 고쳐야 되지 않나? 그래도 눈 딱 감고 보냈어요. 그런데 필진 분들, 지인들, 아미 작가님이 글이 좋다고 하시는 거예요. 공감도 받았고요. 용기를 얻었죠. 가족과 친구들도 응원해줬어요. 그렇게 한 편 한 편 주어진 시간 내에 최선을 다하고 글을 보내는 경험이 쌓이니까, 계속 기고할 수 있었어요. 제일 큰 힘은 제 글을 매거진에서 보는 기쁨인 것 같아요. 부끄럽고, 고칠 점이 보이지만 사랑스러워요.


Q. 어떤 독자들에게 이 글들이 가 닿았으면 좋겠는지, 바람이 있으실까요?

난 좀 이상한가 봐, 하고 자책하는 분들이요. 저처럼 세상과도 타인과도 관계 맺기가 어려운 분들이 위로받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여기 더 이상한 사람 있습니다! 하고요. 관계라는 게, 잘해보려고 할수록 오해가 생기는 것 같아요. 몇 번 그러다 보면 혼자가 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하는 일도 글쓰기이다 보니 자신을 더 고립시키게 되더라고요. 이건 ‘혼자여도 괜찮다.’가 아니에요. 움츠리고 도망치는 거죠. 그렇게 사는 거 너무 외롭잖아요. 서툴러서 상처를 주고받더라도 사람들 속에 있는 게 낫다는 걸 더디게 알았어요. 다른 분들은 좀 더 일찍 깨닫고, 용기를 내시기를 바랄게요.


Q. 평소 글을 잘 쓰기 위해 특별히 노력을 기울이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잘 써야지, 하고 힘이 들어가지 않게 노력해요. 그러지 않으면 글이 자꾸 경직되거든요. 그렇게 쓴 글은 읽는 사람이 딱 알아요. 

유쾌한 문체를 가진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긴장을 풀어요. 편안하게 해주는 음악도 들어요. 그 외에는 늘 체력 관리에 신경 써요. 집중력에 큰 영향을 주거든요. 체력의 필요성을 느끼고 20대 때부터 이것저것 운동을 했어요. 강골이 되겠다는 꿈이 있었죠. 대학 방학을 맞아 하루 두세 시간씩 헬스장을 다니기도 했죠. 그렇게 해도 강골은 못되더라고요. 좀 좋아졌나 싶다가도, 아프거나 바빠서 쉬면 바로 원상복구 되고. 보람은 없지만 어쩌겠어요. 산책이라도 꾸준히 하려고 해요. 


Q. 이번 에세이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책을 출간하는 소감 말씀과 앞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시게 될 동료작가님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내 글이 가득한 책 한 권을 만들면서 많이 불안했어요. 우선 2W매거진에서 선정한 주제에 따라서 쓴 글을 엮을 큰 맥락을 찾아내야 했죠. 새로 들어갈 글도 쓰고요. 그러면서 일상에 필요한 일들도 해야 했어요.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어요. 제일 어려웠던 일은 책 제목 정하기였어요. ‘다들 바쁜데,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야지.’ 싶어서 혼자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됐어요. 제목을 확정해야 하는 날이 다가와서야 도움을 요청했어요. 지인들, 함께 책을 내는 동료 작가님들이 같이 고민해 줬어요. 작가님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순간에는 도움 요청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다른 관점으로 문제를 볼 수 있을지도 몰라요. 다른 사람들과 제 글에 관해 얘기한 시간들도 참 고맙고 벅찼죠. 2W매거진에 첫 투고를 하지 않았더라면, 프로젝트 참여를 망설이다가 포기했더라면 몰랐을 행복이에요. 신기하기도 해요. 언젠가 저만의 책을 내게 된다면 드라마나 영화 대본,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에세이로 첫 단행본을 내게 되다니! 인생 알 수 없어요. 이렇게 멋진 반전을 주신 아미가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작가님들과 ‘삶이 책이 되는 마법’을 함께 하시길 응원합니다.  


*인터뷰 전문은 책 속에 있습니다




무거운 어둠으로 뒤덮인 마음에
호감, 설렘, 기쁨이라는
새순들이 돋아나게 한다.




지난주에는 깜짝 놀랐다. 산책을 한두 번 걸렀을 뿐인데, 바짝 말랐던 나무에 난데없이 봄이 와 있었다. 나는 늘 보던 나무가 낯설어 홀린 듯 새순을 올려다봤다. 고동색 나뭇가지에 돋은 피스타치오 색의 새순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봄이 오는 걸 꽃이 아니라 새순을 보고 알아챈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되짚어보니, 학창 시절이었다. 매일 같은 길로 등교를 하다 보니 나무의 변화가 보였었다. 교복을 입은 나와 잠깐 만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내 마음에도 새순이 돋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상처받기 전처럼 주저하지 않고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었다. 아직 상처가 남아있는 마음이 경악해 나를 꾸짖었다. 또 그걸 반복하고 싶다고? 포기를 모르는구나!  


타인에게 호감을 느끼고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과정은 사계를 겪는 나무의 변화와 닮았다. 봄이면 나무에 새순이 움트듯 관계가 시작되고, 여름에 꽃이 피듯 함께 있는 시간이 아름다워진다. 가을에 열매를 맺듯이 속 깊은 얘기를 나누는 관계로 발전한다. 겨울에는 그 모든 게 사라지고 메마른 나뭇가지만 남는다. 어차피 사라질 것이라면 그 순환을 반복하는 게 의미 있을까? 


새순이 돋은 나무 옆에는 홍매화가 몇 송이 피어있었다. 회색빛 깃털을 가진 직박구리 한 마리가 검은색 부리로 홍매화 꿀을 먹고 있었다. 꽃은 꿀을 주고, 새는 꽃가루를 옮겨서 번식을 돕는다. 꽃과 새는 서로에게 화내지 않고 공존한다. 저렇게 조화롭고 평화로운 관계를 맺고 싶다. 그러나 인간관계는 그게 참 어렵다. 내가 그렇듯이 타인도 좋은 사람이지만은 않다. 모두 각자의 어둠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분노, 슬픔, 열등감, 불안……. 내가 가진 어둠을 타인에게 뾰족하게 드러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지친다. 사람이 가장 반짝일 때는, 그럼에도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주려 노력하는 순간이다. 그 노력이 상호 간에 이루어질 때는 더 매혹적이다. 주위 사람들까지 들뜨게 하는 기운을 풍긴다. 앙상한 겨울나무 사이에서 활기차게 피어난 홍매화처럼.   

매년 찾아오는 지긋지긋한 황사에도 봄은 아름답다. 타인도 그렇다. 무거운 어둠으로 뒤덮인 마음에 호감, 설렘, 기쁨이라는 새순들이 돋아나게 한다. 그게 즐겁지 않았다면 잃는 게 두려울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아끼는 방식이 달라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다가 끝내 멀어져 버리더라도 의미는 있다. 나무가 늘 똑같이 계절을 따라 순환하는 듯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씩 크고 단단해지듯이 마음이 큰다. 긴 산책을 마무리하고 이제는 누군가가 싱그러운 새순으로 돋아나면 순순히 기뻐하려 한다. 봄은 짧더라도 기다려지는 것이니까. 

-⟪좋아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해서⟫중에서 




⠀작가 후기 보기


https://www.instagram.com/p/CZ8w8O0JcB1/

세상에게, 사람에게, 나 자신에게 상처받아서 겨울 나뭇가지처럼 바싹 말라붙은 마음에 다시금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기까지 참 오래 걸렸어요. 매거진에 쓴 글들을 수정하고, 새로 쓴 글들을 더하며 생각해보니 혼자라고 느꼈던 때에도 제게 다정했던 사람들이 있었어요. 힘들 때 밥 한 끼 사준 분들, 나만 좀 이상한 사람 같았던 감정들을 글로 풀어냈을 때 공감해준 분들, 아무런 근거 없이 저를 믿어준 분, 이번에 함께 하는 아미가 출판사와 동료들… 저처럼 난 좀 이상하고, 외톨이야…라고 느끼는 누군가가 책을 읽으며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된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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