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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아미 Feb 27. 2022

글쓰기란 무언가를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

에세이스트를 만나다 5 - 박성혜









글쓰기란 무언가를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

박성혜 글쓰기는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저자



Q. 에세이라는 장르의 매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언가를 공유하고,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다는 점요. 글 하나로 누군가와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Q. 에세이 작가로서 스스로의 장점을 평가해보신다면?

장점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단점일 수도 있어요. 무언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서만 글을 쓰거든요. 싫어하는 것도 잘 쓸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제 글의 소재나 대상은 제가 사랑하는 것, 좋아하는 것. 최소한 제 관심 영역 안에 있는 대상이에요. 돈을 받고 쓰는 글과 확실한 경계를 짓는 방법 같기도 하고요. 무엇을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이 글쓰기라고 믿거든요. 


Q. 2W매거진 창간부터 꾸준히 함께하고 계신데요. ‘2W’라는 매거진 이름을 작명하기도 하셨고요~ 에세이 매거진을 만든다고 했을 때 어떤 마음으로 합류하기로 하셨는지 당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친구 옆에서 힘이 되어줘야지 하는 마음이 컸답니다. 매거진이라는 게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너무 잘 알거든요. 2W매거진 발행인이 제 친구이자 동료이며 이웃사촌이에요. 글을 잘 쓰진 않지만, 그동안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며 사회와 기성 작가에게 배운 것을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었어요. 가진 것이 많지 않지만, 나눌 수 있는 것은 나누고 싶기도 했고요. 글로 뭔가 나누는 일이 제게 제일 쉽기도 하고 여성들이 글을 쓸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미약하나마 그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서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Q. 코로나 시국 동안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이야기>, <재미없는 이탈리아 여행기> 등 독립출판과 전자출판으로 꾸준히 에세이 작업을 해오셨어요. 그 비결이 궁금합니다. 

<재미없는 이탈리아 여행기>도 여행 다니면서 매일 아침 하나씩 쓴 에피소드였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이야기> 역시 지인 부친상을 다녀오면서 생각한 것을 글로 정리해둔 것이었어요. 한 편씩 한 편씩 그렇게 모은 원고로 독립출판에 도전해 본 것이에요. 사실 당시만 해도 ‘죽음’과 관련한 에세이는 많지 않았거든요. 부모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하는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아서 그런 부분들을 먼저 경험한 입장에서 공유하고 싶었어요. 누군가 저처럼 후회하지는 말았으면 했어요. 뻔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꾸준히 쓰다 보니 원고가 쌓인 것이고 처음부터 ‘책을 만들어야지?’하는 욕심으로 쓰지는 않았답니다. 글쓰기를 지지해주고, 함께 글 쓰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 덕에 꾸준히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이번 책에는 매거진에 기고했던 글들을 포함해 코로나 시국 동안 겪었던 다양한 일상이 묘사되어 있는데요. 원고를 정리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코로나 시대를 되돌아보게 되었달까요. ‘2년 동안 그래도 꼬박꼬박 잘 썼구나!’ 싶은 생각도 했고요. 글로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유년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 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참 유익했던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이전에는 대부분 인터뷰 또는 여행을 기반으로 한 글이 많았거든요. 글 쓰는 영역이 확장된 부분이 가장 좋았답니다. 또한 생각만 하던 소재를 글을 풀어내면서 코로나와 함께하는 일상을 조금 더 새롭게 바라본 것 같고요. 


Q. 이번 에세이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책을 출간하는 소감 말씀과 앞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시게 될 동료작가님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꾸준히 쓰면 뭐가 되도 됩니다. 작가가 될 수도 있고 책도 낼 수 있고요. 사실 꾸준함이 가장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잘 쓰는 글보다 꾸준히 쓰는 글이 훨씬 더 나은 방향으로 여러분을 이끌어줄 거라 믿어요.  




*인터뷰 전문은 책 속에 있습니다.




모든 순간은 글쓰기가 되고
 글은 모든 순간을 끌어안아
오래도록 빛나고 선명하게 한다.
그래서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




조금씩 시간을 내어 돈과 상관없는 글쓰기를 시작했다. 늘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글로 쓰다가 막상 나에 관해 쓰려고 하니 멈칫하게 되었다. 새하얀 백지 위 깜박이는 검은색 커서가 ‘안 쓰고 뭐 하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혼자서는 도저히 쓸 수가 없어 친구가 만든 작업실 모임에 나갔다. 혼자일 때보다 함께 모여 쓰니 뭐라도 쓰게 된다. 참 신기한 일이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글 중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 업로드한 글만 어느새 백 편. 돈과 관련 없는 글을 쓰다 보니 통장 잔고는 줄었지만 내 글을 응원해 주는 에너지원은 늘어났다. 여행을 오래 기록해 두고 싶어서 쓴 글은 누군가의 여행 길라잡이가 되었고, 일상 속 에피소드는 누군가에게는 공감을, 또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건넸다. 주머니는 조금 가벼워졌을지언정 마음만은 든든했다. 쓰면 쓸수록 쓰고 싶은 소재들이 생각났고 한 편 한 편 탈고할 때마다 정신적으로 풍족해진 느낌이다. 어떤 소재든 글 쓰는 것이 하루를 뿌듯하게 만드는 행위가 되었다.

당일 배송으로 내 손에 들어온 책 《슬픔은 쓸수록 작아진다》는 편집자 출신 작가 조안나가 펴낸 ‘작가 일기’ 같은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모든 이야기에 공감할 순 없지만 적어도 책 제목만큼은 크게 공감했다. 언젠가 쓴 글 중 하나의 소재가 ‘아빠의 죽음’이었다. 부고한 날을 기준으로 그간의 부녀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초반 도입은 도저히 다른 사람과 함께 쓸 자신이 없어서 혼자 오롯이 다섯 편 정도를 풀어냈다. 모임에서 함께 쓸 수 없었던 이유는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자신이 없어서다. 그 다섯 편 이후의 이야기는 모임에서 이어 나갔다. 아빠의 이야기를 쓰기 전까지는 몰랐다. 내가 가진 가장 깊은 슬픔도 글로 풀어내니 ‘시간’보다 훨씬 더 나은 치유제가 된다는 걸.

 작가는 책을 통해 “쓰기가 만들어 낸 일상은 그 어떤 것보다 빛났다. 그것이 밝든 어둡든 간에 모두 다 끌어안게 된다.”라고 말한다. 맞다. 인생에 희로애락이 있듯 누군가의 인생을 닮은 글도 그렇다. 별것 아닌 일상과 순간의 기억이 좋을 수만은 없고, 모든 글이 해피엔딩만 담아내진 않는다. 글을 나누다 보면 좋은 일은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고, 슬픈 일은 마음의 무게를 줄인다. 모든 순간은 글쓰기가 되고 글은 모든 순간을 끌어안아 오래도록 빛나고 선명하게 한다. 그래서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

-⟪글쓰기는 모든 것을 끌어안는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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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보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글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지만 글이 가진 가치와 글을 통해 나누는 힘은  분명 존재한다. 시대가 변화더라도 사라지지 않을 활자 기록인 글쓰기는 코로나 시대 여행 작가인 나를 버티게 했고, 나를 움직이게 했고, 나를 돌아보게 했다. 글쓰기가 있어 일상을 버틸 수 있었다. 일상이 곧 여행이었고, 그 속에 삶을 돌아보는 과정은 나를 알아가는 여행이었다.  코로나 시대에 모든 게 멈춘 여행 작가는 그렇게 뭐라도 쓰면서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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