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의 힘
나는 마음을 안다
비가 오는 것처럼
내게 떨어지고
어두워진 도중에
피고 진다
무게가 자꾸 도망간다
그늘이 없는 곳에
어둠이 놓여 있었고
가볍게 닫히는 것
닫히면서 기억하는 것
잠들기 전에
보아야 할 것은
언제나 있다
그림자가 사라졌고
바람의 순간이 지루했다
‘네 안은 부드럽구나’
말을 하지 않아도 아는 일들
두 번 죽어야
두 번 산다
불공평하게도
살아가는 건
뜻밖의 공식
나무가 곧게 자란다
(2017, 방콕)
박산하
여행을 하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습니다. 호흡이 짧고 간격이 넓은 글을 쓰고 싶어 시 비슷한 걸 씁니다. 언어를 고르고 마음을 조율하는 일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