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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지는 얼굴로

by 홍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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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지는 얼굴로

이야기는 시작되기도 전에

끝이 났다


어느 땐 나조차도 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불운이 무심코 끝이 났다

빛은 날씨와 기억에만 영향을 준다


나도 내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알겠지만


토요일에 태어난 사람처럼

단조로운 생활을 이어나갈 뿐


자기만의 속도는

계절과 나를 잊은 사람이

만들어낸다는 걸, 알까?


뒷모습의 일들은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보다

어려워서


나도 내 말을 믿지 않는 것이다


나무에게서 새에게

새에게서 돌에게

돌에게서 꿈에게

기록하고 숨 쉬는 것이


나는 내 말을 믿을 수 있게 한다

(2017, 안트베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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