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절대 버릴 수 없는 것 3가지

[세상만食] Prologue

by 홍아미



세상만食

여행지에서의 식사를 되짚어본다. 어쩌면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그 한 끼가 바로 그 시간,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자 놀라운 사건일지도 모른다. 나의 입을 거쳐간 2만 9565끼중 머릿속에 선명히 각인된 그때 그 음식을 지금 여기서 글로 요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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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슬아

‘먹고 사는 일’에 관심이 많다. 좋아하는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을 때 가장 행복하다. 반대로 맛없는 걸 먹을 때 유난히 화가 난다. 궁극적으로 매끼니 주변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로 직접 만든 정성스런 요리를 먹는 호사스런 삶을 꿈꾼다.







내가 절대 버릴 수 없는 것 3가지





1. 책(또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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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 생활반경은 그리 넓지 않았다. 여느 또래 아이들이 그러했듯 한동네 안에 모여 있는 집, 학교, 학원이 전부였다. 일상의 패턴 안에서 내 유일한 낙은 독서였다. 공부한단 핑계로 찾은 도서관에서 교과서가 아닌 책을 읽을 때면 해방의 기쁨이 가득 차올랐다. 그 순간만큼은 어떤 것도 나를 방해하지 않았다. 눅진한 종이 냄새와 사락사락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이 적막한 공기를 타고 흘렀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고른 책은 곧 나를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이동 수단이었다. 그렇게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세상만사를 겪었다. 훌륭한 작가들이엮은 유려한 문장 속을 헤엄치기만 하면 됐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 경험을 여러 사람과 글로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깊어졌다.

그때만 해도 진짜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한없이 기다리다 보면 만나게 될,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고 해야 할까. 막상 직접 마주하게 되니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 목은 마르지만, 마음편히 물을 마실 순 없었다. 일단 한 모금씩 목을 축이며 주변을 살폈다. 내가 이걸 받아 마땅한지 자꾸 의문이 생겼다. 그만큼 나는 책과 글을 숭배했고, 그에 비하면 나는 한참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았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글을 쓴다는 게 두렵고 버겁다. 특히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읽는다는 생각을 하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용기를 내는 이유는 글을 쓰지 않을 때의 괴로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여러 생각, 감정, 경험이 100% 소화되지 못한 채 뒤엉켜 있을 때 글을 쓰면 체기가 금세 가신다.





2.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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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모든 여행은 어떻게든 기록되어야 한다. 세상에 의미 없는 경험은 없다는 주의인데, 여행만큼 단기간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일상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그동안의 역할에서 벗어나 생활한다는 건 쉽지 않지만 엄청나게 값진 일이다. 낯선 것에서 오는 오감의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같은 시간에 같은 것을 경험했어도 느낀 바는 모두 제각각이다. 그렇기에 여행은 흥미롭고, 모든 여행 기록은 형태와 상관없이 쓸모 있다. 각각의 기록은 퍼즐조각과도 같아서 하나하나 더해질수록 모호하던 그림이 선명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 최선을 다해 나만의 여행 보따리를 풀어놓으려 한다.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공감하거나 재미를 느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3.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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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여행자로서 나의 가장 큰 장점은 호기심이다(한편으론 산만하다고도 할 수 있다). 거의 세상 모든 게 궁금하고 신기하다. 어디로든 여행을 가면 이것저것 관찰하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관심을 쏟는 건 먹고사는 일이다. 보통 삼시 세끼를 먹는다는 큰 메커니즘은 같은데, 세부적인 부분은 저마다 다르게 작동한다. 즉, 같은데도 다르고, 다른데도 같다. 시간, 돈, 무엇보다 위의 크기가 한정적이라는 게 분할 정도로 세상엔 너무나 많은 음식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사람과 문화가 함께 녹아 있다. 단언컨대, 경험상 조리법, 형태, 맛, 먹는 법 등 현지 음식을 구성하는 요소를 알면 알수록 여행지가 한층 가까워진다고 자신할 수 있다. 이제부터 지극히 사적인 여행의 추억 속에 각인된 식사 경험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가능하다면 세상의 모든 음식을 기록하고 싶다. 앞으로도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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