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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아미 Apr 09. 2020

1인 전자책 출판사 창업했습니다

종이책 전문 작가가 전자책 전문 출판사를 창업하기까지


안녕하세요. 

여행 작가 홍아미입니다. 새롭게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해요. 제목 그대로 1인 전자책 출판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인출판이야 구청에 가서 돈내고 등록만 하면 되는 일이기에 '아미가'란 이름으로 출판 등록을 해놓은 건 수 년 전의 일이었어요. 올해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전자책 제작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실제로 몇 권 제작도 해보고, 교보, 리디북스 등 서점과 계약도 맺고, 소액이나마 매출도 내는 등 일을 진행 중입니다. 


서점에 가면 수많은 신간들, 베스트셀러가 '자유경쟁'을 하며 독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자유경쟁이 아니라는 거, 우리는 이미 다 알죠. 마케팅의 경쟁? 돈의 경쟁?에 더 가까울 거예요. 책을 좋아하고 기꺼이 돈을 쓸 준비가 되어있는 독자들조차도 결국은 베스트셀러를 사게 됩니다.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나는 건 엄청난 의지 없이는 어려운 일이고, 그 메인스트림 안에서 여자, 약자, 소수자의 목소리를 듣기란 더더욱 힘든 일이죠.


저는 약 15년간 잡지와 단행본 등 종이책에 글을 쓰는 일로 생계를 유지해온 작가입니다. 출판은 제 영역이 아니었고, 사실 잘 모른다고 봐야 맞겠네요. 특히 교정교열하고 수정하고 디자인 하나하나 체크하고 검수하는 일은 적성에 잘 안맞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근래에 여성전용 작업실을 운영하며 수많은 여성창작자들을 만나 많은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여성창작자들, 주로 글쓰는 작가들이죠. 어마어마한 매력과 잠재력을 지닌 여성작가들이 이렇게 많을 줄 저도 미처 몰랐어요. 마치 숨어사는 것처럼 평소에는 보이지 않아요. 이 세상은 남자들, 부자들, 권력 있는 자들의 목소리와 의도대로만 움직이는 것 같았죠.(그 과정에서 저는 자연스럽게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했어요) 





세상에는 당신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할수록 체념과 절망에 빠져들었던 저는 얼핏 희망을 엿본 것 같았어요. 이 멋진 여성창작자들의 목소리가 좀더 세상에 울려퍼진다면, 이 엉망진창인 세상이 조금은 나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같은 여성으로서도 몰랐던 이야기들이 참 많았어요.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성찰들, 평소엔 만날 기회가 없었던 다른 세대들의 생각에 공감하게 되기도 하고요. 여행기, 회고록, 소설, 자서전, 대본, 에세이, 시 등등 분야도 다양했습니다. 글쎄요. 그안에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는 무의미했어요. 각자가 가진 이야기는 서로에게 각기 다른 의미로 자극과 감동을 주었으니까요. 굳이 프로의 다른 점을 꼽자면, '끝까지 써낸다'는 정도?ㅎㅎ 덕분에 저를 비롯한 많은 작가들이 책 출간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언뜻 떠오르는 책들만 해도 이정도네요.ㅎㅎ 씀씀 글쓰기 모임에서 함께 썼던 글들 중에 2018. 12월~2019. 12월까지 1년간 출간된 책들만 모은 겁니다. 아마 이후 출간 예정인 책들도 꽤 있을 거예요. 대단하지요. 하지만 결국 출간에 이르지 못하고 혼자만의 일기장에 묻어두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기회가 잘 닿지 않아서인 경우도 있고, 의지 부족으로 중단하는 경우도 있고, 먹고사느라 바빠서 열정이 사그라드는 경우도 있고 이유야 다양하지요. 그런데 저는 그 멋진 이야기들이, 그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며 울고 웃었던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아깝더라고요. 




종이책을 만드는 기쁨과 슬픔






책의 물성을 사랑하는 저는 여전히 종이책으로 독서를 하는 구시대 사람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나무를 희생하며, 잉크와 노동력을 낭비해가며 만들어진 책들 대부분이 창고와 서점을 전전하다가 독자손에 한번 쥐어져보지도 못한 채 폐기되는 현실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해요. 탄생되는 책들 가운데 과연 몇 %정도가 제대로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겨가며 읽혀질까요. 우리의 시간을 빼앗는 새로운 매체와 미디어는 계속해서 진화할 거고, 책은 점점 설자리가 없어지겠죠.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책은 너무 무겁고, 부담스럽잖아요. 무게와 부피를 차지하는 책은 그 물성 때문에 설 자리를 잃고, 동시에 살아남을 겁니다. 입지가 좁아질지언정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전자책, e-book은 책에서 그 물성만을 제거한 형태의 매체입니다. 전용단말기나 가벼운 패드만 있으면 수백, 수천권의 책을 넣어다닐 수 있죠. 당연히 값도 저렴하고, 보관하는 데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고요. 무엇보다 한 권의 책을 제작하는 데 자원낭비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작하는 데 드는 시간, 약간의 데이터 정도? 문제는 딱 하나. 수익성이 낮다는 점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직까지 책의 물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므로 손에 잡히지 않는 전자책을 돈주고 구입하는 것을 낯설어하죠. 그렇다고 종이책의 수익성은 괜찮은가...생각하면 마이너스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니 어느 편이나 어려운 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여성들의 즐거운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전자출판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편하게 적으려던 건데 쓸데없이 글이 길어졌네요. 짧게 요약하면, 창작하는 여성들의 멋진 콘텐츠를 최대한 많이 전자책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것이 제가 만든 '아미가' 출판의 목표입니다. 큰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기로 맘먹은 것은... 즐거울 것 같아서입니다. 내 친구들의 멋진 얘기들을 하나하나 책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일이. 그럼으로써 더 많은 여성창작자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무척 재미있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아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의 출판사 소개글을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방치해두었던 브런치를 다시 깨워볼까 합니다. 

앞으로 전자출판 도전기나 여행 에세이에 대한 글을 연재해보려고요.

자주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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