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한 살씩 먹는 일은...

by 코난의 서재

나이 한 살씩 먹는 일은 계절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는 일과 닮았다.

봄이 오면 새싹이 돋듯 새로움이 느껴지고, 여름이 오면 열정으로 가득 찬다.

가을의 풍성함을 지나 겨울의 고요함 속에서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계절이 매년 같을 수 없듯, 나이 먹는 과정도 항상 똑같지는 않다.

때로는 여름 같은 나이를 보낼 때도 있고, 때로는 가을의 긴 생각 속에 머무를 때도 있다.

어느 순간부터 나이란 숫자가 아니라, 내가 살아온 시간의 깊이로 다가온다.

내가 지나온 길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남아 있는 길은 또 어떻게 걸어갈지 천천히 생각해 보게 된다.

누군가는 나이 먹는 일이 무겁고 버거운 일이라고 말하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삶의 결을 만드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날카롭던 부분이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소란했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며 만들어지는 결.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저 지나가는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내가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내가 사랑한 것들, 내가 품었던 것들, 내가 놓아주었던 것들. 그 모든 것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받아들이게 된다.

쩌면 나이 먹는다는 건, 더 이상 무언가를 쌓아 올리는 일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지켜보는 여유를 배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나 자신에게 묻는다.

"너의 길은 지금 잘 걸어가고 있니?" 길이 바르고 곧지 않아도 괜찮다.

어쩌면 길이란 만들어가는 것이고, 그 길 위에서 느끼는 모든 것이 나이를 먹는 진짜 의미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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