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절을 받은 적이 없다. 그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내가 운이 좋거나 무언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은 조금 다르다. 나는 거절을 받을 만한 상황을 피해왔다. 거절당하는 게 두려웠고, 그 두려움 속에서 나는 늘 한 발 물러서곤 했다. 어쩌면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내 안에 가두고 있었던 건 아닐까.
어릴 때부터 나는 실패를 무척 두려워하는 아이였다. 부모님의 기대는 무겁게 느껴졌고, 칭찬받는 것보다 실망을 끼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어른들이 주는 기대를 벗어나면 내가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질까 봐, 나는 항상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 도전보다는 익숙함을, 새로운 시도보다는 이미 잘할 수 있는 것을 택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완벽한 준비가 되어야만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조금 더 완벽해지면 그때 해도 늦지 않아.” 이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나는 하고 싶었던 일들을 자꾸 미뤘다. 실패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마음이었지만, 사실은 도전의 가능성도 함께 줄이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내가 거절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내가 진짜 가고 싶은 길도 함께 피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질문은 내 안의 무언가를 흔들어 놓았다. 거절을 두려워하며 멈춰 있는 시간이 오히려 더 큰 후회로 남을 것 같았다. 그 후로 나는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았다. 조금은 부족해도 괜찮았다. 그렇게 용기를 내 한 걸음씩 내딛다 보니, 오히려 내 안에 있는 가능성이 서서히 드러났다. 거절이라는 두 글자는 더 이상 나를 막는 벽이 아니라, 내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해주는 길잡이처럼 느껴졌다.
거절을 하이킹에 비유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거절은 마치 숲속을 걷는 길 위에 놓인 통나무 같다는 이야기였다. 발에 걸려 넘어질 수는 있지만, 그것이 우리가 길을 멈춰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되레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면서 우리는 길을 더 잘 알아가게 된다. 그 말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내가 두려워했던 거절이 사실은 내 길의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도 거절이 두렵다. 그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두려움 속에서도 한 걸음 더 내딛을 용기가 생겼다. 만약 언젠가 누군가의 거절 편지를 받게 된다면, 나는 그것을 구겨버리거나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그 편지를 조용히 책상 위에 두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괜찮아, 이것도 나의 여정이야.”
거절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내게 더 큰 성장의 길을 열어줄 것이다. 나는 여전히 길 위에 서 있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 속에서, 내 발걸음은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발걸음이 내게 작은 용기를 준 것처럼, 누군가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