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 영원한 봄, 빨강머리앤

by 코난의 서재

수많은 문학 속 인물들 중 내가 진짜 친구로 삼고 싶은 사람은 단연 빨강머리 앤이다. 어릴 적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나는 앤의 끝없는 수다와 엉뚱한 상상력에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삶의 무게를 조금씩 알아갈수록, 앤의 그 수다 속에 숨겨진 따뜻한 마음과 긍정의 힘이 얼마나 큰 가치인지 깨닫게 되었다. 이제 나는 단순히 그녀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앤의 광팬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그녀를 마음 깊이 아낀다.

앤은 누구보다도 세상을 다채롭게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다. 그녀의 눈에는 평범한 들꽃도 하나의 작은 우주처럼 반짝였고, 푸르른 호숫가도 신비한 이름을 가진 마법 같은 장소로 변했다. 앤의 상상력은 그저 현실을 벗어난 환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가 세상을 더 아름답게,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그런 앤의 시선이 부럽다. 때로는 바쁜 일상에 쫓겨 주변의 작은 아름다움조차 지나쳐버리는 나에게, 앤의 세상은 마치 잊고 지낸 색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물감 같다.

앤의 가장 큰 매력은 그녀의 끝없는 긍정이다. “오늘은 새로운 날이야. 실수할 수도 있지만 괜찮아. 내일은 또 다른 기회가 있잖아!” 그녀의 이 한마디는, 마치 굳게 닫힌 창문을 열어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순간처럼 나를 환기시킨다. 현실 속에서 나는 때때로 실수 앞에 주저앉기도 하고, 작은 실패에도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많다. 하지만 앤은 오히려 그런 순간들을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재료로 여긴다. 그녀는 넘어지는 것조차도 성장의 일부라고 믿는 사람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는 앤의 이런 순수하고 긍정적인 마음이 철없거나 순진하게 여겨질 때가 많다. 모두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시대에, 하늘을 바라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일은 때로 쓸모없는 낭비로 보일 수 있다. 만약 앤이 이 시대에 살았다면, 사람들은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렇게 긍정적으로만 살 수는 없어. 현실을 좀 봐야지.”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앤의 마음이 더 부럽다. 앤의 시선은 내가 놓치고 있는 세상의 색을 다시 발견하게 해준다. 그녀의 긍정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세상을 사랑하는 깊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약 앤과 친구가 된다면, 우리는 하루 종일 이야기꽃을 피울 것이다. 앤은 분명 나를 애이번리의 초록 지붕 집으로 데려가 마릴라의 정원을 보여줄 것이다. 길가에 핀 들꽃 하나, 고요한 호숫가의 물결 하나도 특별한 이름을 붙이며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겠지. 나는 앤과 함께라면 사소한 일상조차도 반짝이는 모험이 될 거라는 걸 안다. 그녀와 나누는 대화 한 마디, 웃음 한 번이 내 일상에 새로운 빛을 더할 것이다.

앤과의 우정은 단순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넘어, 나에게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선물할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말해줄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중요한 건 네가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가야.” 나는 앤의 말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마음이 풀어지고, 조금은 더 여유를 가지게 될 것이다. 앤의 긍정은 나의 굳어진 마음을 부드럽게 녹여줄 것이다.

앤은 내 삶의 회색빛 구름 사이로 스며드는 한 줄기 햇살 같다. 그녀와의 우정이 내 안에 남긴 따뜻한 흔적들은, 아마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을 것이다. 삶이 고단할 때마다 나는 앤의 목소리를 떠올릴 것이다. “괜찮아, 내일은 또 다른 날이잖아.”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토닥이며 다시 일어설 힘을 줄 것이다.

앤의 세상이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머물기를, 그리고 나 역시 그녀처럼 세상을 더 밝고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면 앤과의 우정은 상상의 세계에 머무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내게 전해준 긍정과 따뜻함은 현실의 어느 순간에도 살아 숨 쉬고 있다. 나는 오늘도 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일상 속 작은 기적들을 발견해 나갈 것이다.

그렇게, 앤은 나의 삶 속에 영원한 봄날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앤이 보여준 세상의 색깔과 그녀의 순수한 마음은 내 가슴 속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앞으로의 날들을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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