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엔 급식이 없었으니 도시락을 싸가야 했고, 그 도시락엔 늘 반찬 두세 가지와 흰쌀밥이 전부였다. 반찬통 사이로 간혹 엄마가 썰어넣은 사과나 귤 한 조각이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시절 내 가방 속엔 또 하나의 특별한 것이 있었다. 바로 친구와 주고받던 ‘교환일기.’ 겉은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공책이었지만, 그 안은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나누던 작은 우주였다. 나는 하루의 이야기를 적어 친구에게 건넸고, 친구는 다음 날 나의 일기 밑에 자기 이야기를 덧붙여 다시 돌려줬다.
“오늘 반찬은 멸치볶음이었어. 네가 싫어하는 그거. 난 좋아하는데!”
“난 오늘 계란말이! 근데 식어서 슬펐어…”
그렇게 우리는 도시락 반찬으로도 마음을 나눴다. 같은 반찬이지만 누군가는 좋아하고, 누군가는 싫어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어쩌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배워갔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엔 서로의 일기에 몰래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또 어떤 날엔 조용히 “힘내”라는 한 마디를 적어두기도 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우리는 그렇게 ‘마음을 돌보는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일기장엔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냄새 배인 도시락, 쉬는 시간의 웃음소리, 연필로 꾹꾹 눌러 쓴 글씨, 그리고 누구보다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던 단짝 친구의 마음까지.
급식은 없었지만, 그 시절 우리에게는 진짜 ‘따뜻한 한 끼’가 있었다. 도시락 속 계란말이, 그리고 일기장 속 진심. 그걸 함께 나눈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