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사계절을 걷다

by 코난의 서재

하루는 마치 사계절을 품은 듯 흐른다.


아침이 오면 창문 틈으로 부드러운 바람이 스며든다. 어둠을 밀어내며 퍼지는 햇살이 마치 새싹처럼 피어나고,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공기마저 신선하다. 마치 봄처럼, 하루는 가벼운 설렘과 함께 시작된다.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머금으며 창밖을 바라본다. 어제의 피로는 어느새 사라지고, 오늘이라는 새싹이 조용히 움트고 있다.


낮이 깊어지면 햇살이 더욱 짙어진다. 해야 할 일들이 줄지어 몰려오고, 발걸음도 분주해진다. 한여름의 태양처럼 뜨겁고 격렬한 시간. 머릿속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손끝은 바쁘게 움직인다. 때론 더위에 지쳐 가쁜 숨을 몰아쉬기도 하지만, 이 시간 속에는 가장 빛나는 순간들이 숨어 있다. 한껏 몰입하며 무언가를 해낼 때의 짜릿함, 내 안의 열정이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순간. 여름의 한낮이 그렇듯, 뜨거운 시간 속에서 가장 선명한 성취가 피어난다.


저녁이 찾아오면 하루는 한결 느릿해진다. 태양이 천천히 기울며 하늘에 붉은빛을 물들이고, 바람은 선선하게 불어온다. 하루 동안 쌓인 감정들이 하나둘 가라앉으며 마음속에도 여유가 번진다. 가족과 함께 나누는 따뜻한 한 끼, 소소한 대화 속에서 마음이 채워진다. 마치 가을처럼, 하루는 깊어지고 무르익는다. 낮 동안 뜨겁게 내달렸던 감정들도 이 시간엔 조용히 정리된다. 바쁜 하루의 끝자락에서, 비로소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밤이 오면, 하루는 가장 고요한 계절로 접어든다. 모두가 잠든 사이, 공간은 차분해지고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차가운 공기가 방 안을 감싸고, 창밖으로는 희미한 달빛이 스며든다. 불을 낮추고 잔잔한 음악을 틀면, 마치 겨울의 첫눈처럼 고요한 순간이 찾아온다. 책을 펼쳐 한 장 한 장 넘기고, 감정을 글로 풀어내며 하루를 정리한다. 어떤 날은 따뜻한 문장이 내려앉고, 어떤 날은 쓸쓸한 단어들이 흩어진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누구의 엄마도, 아내도 아닌 오롯이 나로 존재할 수 있다. 하루를 품에 안고, 천천히 내려놓으며 나를 채우는 시간.


봄처럼 싱그럽게 시작하고, 여름처럼 뜨겁게 내달리고, 가을처럼 차분히 정리하고, 겨울처럼 온전히 나를 만나는 순간. 그 계절의 끝자락에서, 나는 나를 다시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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