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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셈법을 바꾸다

by 코난의 서재

나이의 셈법을 멈추고, 별을 헤아리는 일

어느 순간부터 나이에 대한 말들이 부담스러워졌다. "벌써 그 나이야?" "그 나이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아?" "이제 늦지 않았어?" 숫자로 나를 평가하는 말들이 머릿속을 채울 때면,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고, 주변 사람들의 시간과 나의 시간을 견주고, 앞으로 남은 날들을 계산하느라 마음이 바빠졌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었다.

숫자로 셀 수 없는 순간들

어느 겨울날,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씨에 길을 걷다가 우연히 들른 작은 카페에서 따뜻한 코코아를 마셨던 순간이 떠오른다. 유리창 너머로 흩날리는 눈송이를 바라보며 한 모금 한 모금 조심스럽게 마셨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고,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때의 나는 나이를 의식하지 않았고, 시간의 흐름도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따뜻한 코코아 한 잔과 눈 내리는 풍경 속에 나 자신을 맡기고 있었다.

또 한 번은 여행 중이었던 어느 여름날, 한밤중에 혼자 해변에 나가 바다를 바라본 적이 있다. 파도 소리가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밀려왔다가 사라지고, 밤하늘에는 별들이 총총 떠 있었다. 그 별들을 하나하나 세어볼까 하다가, 곧 셀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그 순간은 숫자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내 마음속에는 깊이 새겨졌다.

헤아릴 것은 나이가 아니라, 삶의 순간들

나이를 계산하는 대신, 내가 사랑했던 순간들을 헤아려 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깊이 이해하게 되었던 순간.

실패 속에서도 한 발 더 내디딜 용기를 냈던 순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주 앉아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주고받았던 순간.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마음이 환해졌던 순간.

이런 순간들을 떠올릴 때면, 나는 ‘몇 살인가’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윤동주의 별 헤는 밤처럼, 나도 나만의 ‘별’을 하나씩 헤아려 본다.

숫자는 사라져도, 기억은 남는다.

나이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고, 삶의 빛나는 순간들을 더 많이 기록하며 살아가기로 한다.

그러면 언젠가, 나의 밤하늘에도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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