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래전부터 사고 싶었던 책을 한 권 샀다. 신중하게 골라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 버튼을 누른 뒤 도착을 기다리는 시간이 꽤나 설렜다. 그런데 막상 책이 도착하자, 나는 그저 상자를 뜯고 책을 서가에 꽂은 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다. 기대했던 순간인데도,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왜 내가 원하는 걸 손에 넣고도 충분히 기뻐하지 못하는 걸까?
우리는 장례식에 갈 때 정장을 차려입는다. 엄숙한 분위기에 걸맞은 복장을 고민하고, 진지한 태도로 슬픔을 나눈다. 하지만 자신의 기쁜 순간을 위해서도 그렇게 정성을 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게이 탤리스의 말처럼, 사람들은 슬픔에는 시간을 들이지만 기쁨을 온전히 누리는 데에는 어쩐지 서툴다.
어릴 때부터 “너무 좋아하면 복이 달아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도 “이번에는 운이 좋았던 거야”라며 조용히 넘어가는 게 익숙했고, 기대하던 일이 잘 풀려도 겉으로는 덤덤한 척하는 게 미덕이라고 여겼다. 기쁨을 오래 누리기보다, 다음 목표를 찾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배웠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책을 받았을 때도,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었을 때도, 내가 정말 즐기고 싶었던 순간이었는데도 그 기쁨을 충분히 만끽하지 못한 채 ‘다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행복에도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기쁜 순간을 기쁜 줄 알고,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연습. 작은 성취를 충분히 인정하고,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하는 연습. 남의 축하만 기다리지 않고, 나 스스로를 축하하는 연습.
그래서 나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다음에 책을 사면, 바로 읽기 시작하기 전에 표지를 쓰다듬어 보고, 제목을 소리 내어 읽어 보고,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그리고 기쁠 때는 그것을 최대한 길게 누리기로. 더 이상 기쁨을 서둘러 지나치지 않기로.
행복을 마음껏 즐기는 법을 배우는 것도, 결국은 연습이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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