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나는 가끔 두려워졌다.나도 모르게 짜증을 냈던 날.
감정이 벅차올라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던 순간.
그리고 그날 밤, 아이들의 등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책망하던 나.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내가 너무했지."
그렇게 후회할 때면,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혹시 내가 남긴 말이 아이들의 가슴에 화석처럼 굳어지는 건 아닐까. 시간이 지나도, 아무리 부드러운 말로 덮어주려 해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버리는 건 아닐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진심을 다해, 어색하지 않게.
하지만 부모라는 자리는 늘 무언가를 가르쳐야 하는 자리 같아서, 미안하다고 하면 내 부족함이 드러날 것 같아서, 차마 그 말을 쉽게 꺼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주저하는 사이, 아이들은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나를 꼭 붙잡고 졸졸 따라다니지 않고, 예전처럼 속마음을 스스럼없이 털어놓지도 않았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언젠가부터 미안하다는 말을 할 기회마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용기를 내본다.
조심스럽지만 솔직한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말해본다.
"엄마도 가끔 엉망이야. 근데 그럴 때마다 너한테 미안해, 정말로."
놀랍게도,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아. 엄마도 힘들었잖아."
나는 그 말에 가슴이 저릿해졌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순간, 관계는 무너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단단해지는 거였다.
아이도 알고 있었다. 엄마도 완벽하지 않다는 걸, 가끔 흔들릴 수도 있다는 걸.
그러니 어른이라는 이유로, 부모라는 이유로, 사과를 망설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이제는 안다.
내가 남긴 실수보다, 그 후에 건넨 한마디가 아이들 마음에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그러니 나는 오늘도 용기를 낸다.
늦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조용히 다가가 말을 건넨다.
"그래도 엄마는 노력하고 있어. 우리, 같이 조금씩 나아가 보자."
그리고 바라본다.
내 말이 아이의 마음속에 굳어지는 화석이 아니라, 언젠가 따뜻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