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안정적인 걸 좋아한다.
강박이라 해도 할 말 없다.
물건은 늘 있던 자리에 있어야 마음이 놓이고
닫힌 문을 보면 괜히 안심이 된다.
예측 가능한 일상이 좋고
계획이 틀어지면 불편하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장소, 새로운 상황…
솔직히 피하고 싶다.
귀찮고,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익숙한 길만 골라 걷고 있었다.
늘 보던 골목, 늘 가던 가게,
늘 먹던 메뉴.
안전하다.
편하다.
괜히 안심된다.
그런데 며칠 전,
장 보러 가는 길에
괜히 돌아서 다른 골목으로 걸어봤다.
딱 3분 더 걸리는 길이었다.
사실 새로울 것도 없는 동네였는데
그 길 위의 나는
괜히 조심스럽고
괜히 쭈뼛거렸다.
길은 그대로인데
내가 낯설었다.
내가 이상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자꾸 생각이 났다.
나는 왜 이렇게 작은 변화에도
겁을 먹고 있었을까.
생각해보니
내가 싫어하는 건 두려움이 아니라
불편함이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찰나.
그게 나를 움츠러들게 했던 거다.
두려움을 없애야
편해질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 두려움은
내가 모르는 문 앞에서
늘 나를 기다리는 손님 같은 존재였다.
억지로 쫓아내려고 하기보단
그냥 옆에 앉혀 두는 연습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나에게 말한다.
겁나?
그래도 한 걸음만 내딛자.
두려움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면
나는 아무 데도 가지 못할 테니까.
혹시 지금
당신도
어떤 작은 변화 앞에서
망설이고 있나요?
괜찮아요.
나도 그렇거든요.
그러니 오늘은
우리 같이
한 걸음만 걸어봐요.
"불편한 쪽이
결국 나를 조금 바꾸더라.
그래서 오늘도 좀 억지로 걸었다.
그거면 됐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