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은 언제 가장 활발해질까?
솔직히 말하면, 딱히 '창의적 에너지여, 지금이니 나와라!' 외친다고 해서 나와주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런 다짐을 한 날엔 꼭 할 일이 생기고, 집중 좀 해보려 하면 누가 부르고, 떠올랐던 아이디어는 손에 쥐기도 전에 사라진다. 마치 내 창의성은 도무지 나와 타이밍을 맞출 생각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 이거 꼭 해야 하는데…’ 싶은 마감 직전, 또는 샤워할 때, 운전 중일 때, 아니면 진짜 아무 상관없는 드라마 보다가, 갑자기 떠오른다. 어이없게도 가장 준비가 안 된 순간에. 아이디어 메모라도 하려 하면 손에 거품이 있거나, 양손이 운전대에 묶여 있거나, 아니면 리모컨이 너무 멀다. 그러니까 이 리듬은 도대체 왜 이럴까?
한동안 나름대로 분석도 해봤다. ‘혹시 나는 저녁형 인간인가?’ ‘아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글 쓰면 잘 나오는 거 같던데?’ 그런데 결론은 이거다. 나는 뇌가 한가할 때 창의적이다.
머릿속이 뭐라도 꽉 차 있을 땐 아이디어도 안 들어온다. 반면, 멍 때리며 커피 마실 때, 괜히 냉장고 열었다가 닫을 때, 할 일은 많지만 지금 당장은 하기 싫은 그 애매한 시간들… 그때 어김없이 무언가 떠오른다.
그래서 요즘은 그런 흐름을 억지로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 ‘창의적 리듬’이 나타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 한다. 예를 들어, 아무도 나한테 말 안 걸고, 머그잔 따뜻하고, 적당히 외롭고, 스마트폰은 멀리 있는 상황. 아주 이상적인 창작 조건이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그래서 결국 메모장 앱엔 ‘샤워하다 떠오른 한 문장’이 있고, 냉장고 자석엔 포스트잇이 붙는다.
나는 이제 인정한다. 내 창의성은 규칙적이지도 않고, 말 잘 듣지도 않으며, 불시에 찾아와야 제일 말랑하다.
그러니 오늘도 마음 한편에 이렇게 말해본다.
“좋아, 네가 언제 오든… 메모장은 켜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