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남긴 수확의 기록

by 코난의 서재

봄 – 씨앗의 설렘

새해의 첫 장은 늘 그렇듯 다짐으로 시작했다. 아직 흙 속에 묻힌 작은 씨앗이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꽃밭을 그려보곤 했다. 계획을 세우고, 해보고 싶은 일들을 조심스레 적어두던 순간은 마치 빈 밭에 씨앗을 흩뿌리는 일과 닮아 있었다. 그때 내가 배운 건, 완벽한 준비가 아니더라도 일단 심어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이었다. 심지 않은 씨앗은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여름 – 성장의 무게

여름은 뜻밖의 변수로 가득했다. 해가 너무 뜨거울 때도 있었고,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마음이 무너질 때도 있었다. 올 한 해도 그랬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이어졌고,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모든 무게가 내 뿌리를 더 깊게 내려주었다. 편안하기만 한 성장이라는 건 애초에 없다는 걸, 올해 다시 확인했다.

가을 – 수확과 아쉬움

가을이 되니, 내가 애써 돌본 밭에서는 알찬 열매가 맺혀 있었다. 감사했고, 뿌듯했다. 하지만 돌아보니 허전한 고랑도 분명 있었다. 게으름 때문에 놓친 기회, 용기를 내지 못해 시작조차 못한 일들, 그리고 애써도 끝내 결실을 보지 못한 자리들. 알곡과 쭉정이는 늘 함께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 빈자리 덕분에 나는 다시 배운다. 모든 것이 결실로 남지 않아도, 그 과정에서 내가 조금은 단단해졌다는 사실을.

겨울 – 묵상과 새로운 씨앗

겨울은 수확을 거두고, 남은 밭을 갈아엎으며 다시 올 봄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올해의 알곡과 쭉정이를 함께 끌어안으며, 완벽하지 않은 나의 한 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남은 시간은 감사로 정리하고 싶다. 미뤄둔 마음의 숙제를 차분히 돌보고, 내년을 위한 씨앗을 손에 쥐고 싶다. 내가 고르고 싶은 씨앗은 ‘용기’와 ‘꾸준함’이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망설이지 않는 용기, 작은 걸음이라도 매일 이어가는 꾸준함. 그것이면 내년의 밭을 다시 일굴 힘이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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