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위에 빛을 그리다

by 코난의 서재

엄마는 끝내 동생을 지적장애인으로 등록하고 싶지 않으셨다.

“이 아이는 그냥 조금 느린 것뿐이야.”

그 말에는 자식을 세상의 차가운 시선으로부터 지키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엄마의 뜻대로만 흘러가 주지 않았다. 학교생활의 어려움과 제도의 벽은 결국 엄마로 하여금 원하지 않았던 서류에 도장을 찍게 만들었다. 그것은 피하고 싶었던 선택이었고, 동시에 동생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길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동생이 겪는 모든 어려움을 곁에서 함께 겪어야 했다. 교실에서 친구들이 동생에게 던지는 험한 말은 고스란히 나를 향하기도 했다. “네 동생 바보지?”라는 말은 돌처럼 날아와 내 가슴을 내리쳤다. 나는 그 아이의 누나라는 이유만으로 조롱거리가 되었고, 나 또한 함께 움츠러들었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말은 누구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늘 짊어지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너무나 의기소침했다. 무슨 고민이든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두려웠다. “나는 괜찮아, 잘 지내.”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꾹꾹 눌러 담았다. 그 눌린 마음은 지금까지도 내 안 어딘가에 그림자처럼 남아 있는 듯하다.

나는 부모님의 어떤 그림자를 이어받았을까.

아마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의 무게, 그리고 그로 인한 침묵일 것이다. 엄마가 끝내 숨기고 싶었던 마음, 그러나 세상 앞에서 더 작아질 수밖에 없었던 마음. 그 그림자가 내 안에도 고스란히 남아, 나는 스스로를 드러내는 데 오래 망설이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림자는 어둠만을 남기지 않았다. 부모님의 무게는 내 안에 또 다른 씨앗을 심었다. 그것은 공감과 연민이었다. 동생 곁에서 느낀 외로움은, 다른 누군가의 아픔에 더 빨리 반응하는 마음으로 자라났다. 말하지 못해도, 드러내지 않아도, 결국은 누군가의 편이 되어주고 싶은 힘. 그것은 부모님이 남긴 그림자의 이면에서 싹튼 빛이었다.

이제는 안다.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위에 나만의 빛을 덧입히며 살아갈 수는 있다. 부모님의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 내 안에 남긴 결핍을, 나는 누군가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과 손길로 바꾸어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다짐한다.

나는 그림자에 머무는 자식이 아니라, 그림자를 빛으로 바꾸어내는 자식으로 살아가겠다.

그것이 내가 부모님께 드리는, 그리고 내 삶에 남기는 가장 영원한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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