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 반, 알람 소리가 두 번 울리고 나서야 겨우 눈을 떴다.
창문 유리에 서린 물방울이 밤새의 냉기를 증명하듯 차갑게 반짝였다.
거실 불을 켜니 푸른빛과 노란빛이 뒤섞인 공기가 느릿하게 깨어났다.
조용히 움직이던 부엌에서 커피포트가 끓기 시작할 즈음,
둘째가 이불을 덮어쓴 채 거실로 나왔다.
플래그풋볼 전국대회 준비 때문에 새벽 6시 반에 등교를 한다 했다.
잠결에도 패딩을 챙기며 “오늘 좀 추울 것 같아”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몸이 먼저 일어났네, 대단한데?”
아이를 태우고 나선 새벽길은 숨이 하얗게 피어날 만큼 차가웠다.
가로등 불빛이 아직 꺼지지 않은 도로 위로,
우리 차만이 천천히 움직였다.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골목마다 고요했고,
그 고요 속에서 아이는 잔뜩 웅크린 어깨를 펴며 말했다.
“엄마, 나 이거 끝나면 진짜 잠 좀 잘 거야.”
그 말이 왜 그렇게 대견하게 들렸는지 모르겠다.
학교 앞에 도착하자 아이는 후드 모자를 눌러쓰고,
한 손으로 가방을 정리하며 말했다.
“엄마도 출근 잘 해.”
잠깐 눈이 마주쳤다.
그 눈빛 속엔 피곤함과 설렘, 그리고 이상하게 닮은 온기가 있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 뒤로 차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그제야 커피 한 모금을 삼켰다.
미지근하게 식은 커피였지만, 마음만은 이상하게 뜨거웠다.
아이가 향한 그 운동장도,
내가 향하는 그 출근길도,
결국은 같은 하루의 출발선 위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창 너머로 여명이 서서히 퍼지고 있었다.
그 빛이 오늘을 약속하듯 나를 비췄다.
나는 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고마워, 오늘도 나를 깨워줘서.”
그리고 다짐했다.
내일도 이 마음으로, 다시 눈을 뜨길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