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가는 여정

by 코난의 서재



이십대 때, 나는 요가를 배우러 다녔다.


주변 사람들이 다 하니까. 몸에도 좋다니까. 요가복 입고 매트 들고 가는 모습이 뭔가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 한 달 넘게 다녔는데, 솔직히 한 번도 재미있었던 적이 없었다. 수업 내내 '이게 끝나면 뭐 먹지' 생각했다. 그래도 계속 갔다. 다들 좋다는데 나만 안 하면 뭔가 뒤처지는 것 같아서.


삼십대엔 와인을 공부했다.


모임에서 와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소외감을 느꼈다. 다들 산지가 어쩌고 빈티지가 어쩌고 이야기하는데, 나만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그래서 책도 사고 클래스도 들었다. 근데 솔직히, 그냥 맥주가 더 좋았다. 복잡한 향 같은 거 잘 모르겠고, 그냥 시원한 게 좋았는데. 그래도 억지로 '음, 오크향이 나는 것 같은데요?' 같은 말을 했다.


사십대엔 등산을 시작했다.


건강도 챙기고 사람들도 만나고.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다들 산에서 힐링했다고 하니까, 나도 그럴 줄 알았다. 근데 난 그냥 힘들었다. 숨 차고 다리 아프고. 정상에서 찍은 인증샷은 예뻤지만, 내려오는 길 내내 '다신 안 와' 생각했다. 그래도 몇 번 더 갔다. 다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이상한 사람 같아서.


그러다 작년 가을, 우연히 동네 도서관에 갔다.


특별한 목적 없이, 그냥 시간이 남아서. 창가 자리에 앉아 아무 책이나 펼쳤다. 오래된 수필집이었다. 읽다 보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아,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른 게 얼마 만이지. 핸드폰도 안 봤다. 누가 뭐라고 할까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냥 좋았다.


그날 이후, 나는 주말마다 도서관에 간다.


누가 보면 촌스럽다고 할 수도 있다. 요즘 누가 도서관을 가냐고. 집에서 전자책 보면 되지. 근데 나는 거기가 좋다. 책 냄새, 종이 넘기는 소리,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아무도 날 신경 쓰지 않는 그 시간.


그리고 알았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이런 거였구나.


화려하지 않고, 인스타에 올릴 만하지도 않고, 남들한테 자랑할 만하지도 않은. 그냥 조용히, 나만 좋은 것들.


요즘은 다른 것들도 발견하고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동네를 천천히 걷는 것. 카페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사람 구경하는 것. 집에서 좋아하는 음악 틀어놓고 설거지하는 것. 별것 아닌 것들. 누가 보면 심심하다고 할 것들.


근데 이게 나다.


이십대 때는 몰랐다. 남들이 좋다는 걸 따라가느라 바빴으니까. 삼십대 때도 몰랐다. 멋있어 보이는 걸 하느라 바빴으니까. 사십대 중반까지도 헷갈렸다. 내가 좋아하는 건지, 남들이 좋아하는 건지.


이제 곧 50대다.


이제는 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할 때 편한지. 뭘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는지. 그게 아무리 평범해 보여도, 그게 나라는 걸.


지난주에 친구가 물었다. 요즘 뭐 하며 지내냐고. 나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도서관 다녀. 거기 앉아서 책 읽는 게 좋더라."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너답다."


그 말이 참 좋았다.


'너답다'는 말. 예전에는 그게 칭찬인지 뭔지 잘 몰랐는데, 지금은 안다. 그게 제일 좋은 말이라는 걸.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가는 여정.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마 계속 찾아갈 것 같다. 앞으로도 새로 발견할 것들이 많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모든 게, 정말 나다운 것들이었으면 좋겠다.


화려하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냥 내가 좋으면 되는 것들.








화요일 연재
이전 07화혼자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