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이 누군가에게 닿을 때

by 코난의 서재

하루 대부분을 아이들과 학부모 사이에서 보낸다 보면, 그 시간이 일처럼 느껴질 때보다 ‘사람을 만나는 일’로 다가오는 순간이 더 많다.
가끔은 일정이 빽빽해 숨이 찰 때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날일수록 마음을 붙잡는 장면이 하나씩 찾아온다.

얼마 전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한 아이가 조심스레 말했다.
“선생님, 오늘 설명 듣고 저 그 문제 이해됐어요. 집 가서도 다시 해볼게요.”

그 말 한마디가 참 오래 남았다.
그 아이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표현이었겠지만, 나는 그 순간에야 내가 하는 일이 ‘공부를 알려주는 사람’을 넘어서,
누군가의 막막함을 덜어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또 어떤 날은, 까다로운 부모님과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선생님 덕분에 제가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어요.”
라는 말을 들었다.
그 짧은 문장이 하루의 무게를 통째로 바꿔놓았다.

일터에서 느끼는 감사는 거창하지 않다.
누군가의 표정이 환해지는 순간,
서툴렀던 마음이 풀리는 순간,
내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방향을 조금이라도 바로 세우는 순간—
그 사소한 장면들이 쌓이면서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문득 든다.
아무리 바쁘고 지친 날이어도
내 역할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숨구멍이 될 수 있다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일터는 나에게 충분히 감사한 공간이 되어 준다고.

오늘도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하루를 밝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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