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낯선 환경과 낯선 상황 앞에서 먼저 몸이 굳는 사람이다.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 서면 말수가 줄고,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는 괜히 내 마음의 온도를 낮추곤 했다.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일도, 누군가가 다가오는 일도 어딘가 서툴렀다. 그래서 처음 만난 관계들 대부분이 조금은 불편했다.
특히 한동안 가까이 지냈던 사람이 있다.
처음엔 조심스러워 서로의 경계를 살피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경계가 닿는 부분에서 작은 마찰이 생겼다. 말
한마디가 다르게 들리고, 같은 장면을 보고도 서로 다른 마음을 가졌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들.
그때 나는 ‘왜 이렇게 불편하지?’라는 질문 앞에서 자꾸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관계는 끊어지지 않았다.
불편함이 쌓일 때마다 대화를 멈추지 않았고, 서운함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속도를 늦추며 서로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오해가 풀리기도 했고,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지점도 남아 있었지만, 그마저도 관계의 일부라는 걸 배워갔다.
돌이켜보면, 그 사람은 내게 거울 같은 존재였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위축되는지, 어떤 말투에 민감해지는지, 어떤 방식으로 나를 지키려 하는지를 그 사람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익숙함만 좇던 나에게 낯섦을 견디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도.
불편했다고 해서 실패한 관계가 아니었다.
오히려 불편함이라는 작은 파도들이 내 마음의 모서리를 천천히 다듬어주었다.
사람 사이의 온도를 조절하는 법, 감정을 급하게 단정하지 않는 법,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내 자리를 지키는 법을 그 관계 안에서 배웠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의 답답함과 어색함이 참 고마운 일이다.
나는 그 시간을 지나며 조금 더 부드러워졌고, 동시에 조금 더 단단해졌다.
결국 그 관계가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