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이었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차를 몰고 나오는데, 골목길 끝에서 신호가 걸렸다. 앞차는 비상등을 켜고 멈춰 있었고, 그 뒤에 선 나는 괜히 조급해져 손을 운전대 위에서 두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차에서 어떤 남자가 내렸다. 순간 ‘무슨 일이지?’ 싶어 긴장했는데, 그는 앞쪽에 떨어져 있던 플라스틱 통을 치워 도로 한쪽으로 옮겼다. 지나가던 차량이 그걸 밟지 않도록 하려는, 정말 사소한 행동이었다.
그 장면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아무 말도, 표시도 없었지만,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조용히 해내고 있었다. 그 뒤로 신호가 바뀌고, 우리는 아무 일도 없던 듯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나는 그날 저녁 내내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도시의 밤은 늘 바쁘고 무심하지만, 그 안에서도 누군가는 이렇게 작은 친절을 놓치지 않는다. 차 안에서 혼자 앉아 있던 나는 문득 생각했다. ‘내가 본 건 도로 위의 한 장면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온기였구나.’
그날 이후로 신호가 길게 걸릴 때면 괜히 창밖을 바라본다. 어쩌면 또 누군가의 조용한 친절이 내 하루 어딘가에서 스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싶다.